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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아듀! 청양(靑羊)

을미년(乙未年)도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올해 첫날, 협동과 온화함을 상징한다는 양의 해라고 해서 국민 모두가 평화롭고 온유한 삶을 영위하게 해달라고 소원했다. 특히 청양(靑羊)은 긍정적인 기운이 강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우리사회 모든 분야가 하는 일마다 잘 될 것이라 기대도 했다.

하지만 소원과 기대는 바람으로 끝나가고 있다. 오히려 더욱 화합하지 못했다. 계층 간 반목과 갈등의 골도 그 어느 때보다 깊었다. 크고 작은 사건 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지난 5월20일 첫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이후 여름 내내 전국이 메르스 공포에 떨었다. 확진환자 186명에 사망자 38명, 이들과 접촉해 격리된 인원만 1만6000명에 달했다. 메르스 사태는 지난 12월24일 종식을 선언했지만 우리사회에 미친 충격은 엄청났다. 경제는 마비상태에 빠졌고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들의 살림살이는 더 피폐해졌다. 이런 와중에 비무장지대 지뢰도발 사건도 터졌다. 남북 간 일촉즉발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됐고 국민들은 또 다른 공포에 떨어야 했다.

그런가 하면 메르스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정부는 중·고교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방안을 발표, 국민을 혼란에 빠뜨렸다.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하면서 보수와 진보는 더 극명하게 갈라졌다. 가뜩이나 반목이 심했던 두 집단의 파열은 치유가 불가할 정도로 벌어졌다. 그리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에너지가 분출하고 개혁을 이루어야 하는 국회는 또 어떠했던가. 변화도, 희망도 주지 못한 채 당리당략에 침몰했다. 임시국회 회기동안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 못했다는 오명도 남겼다. 정기국회에서 우여곡절 끝에 공무원연금법이 통과된 것이 다행이긴 하지만 노동법 등 5대 쟁점 법안은 금년을 이틀 남긴 오늘까지 처리를 지연, 끝까지 국민을 외면하고 있다. 경제계에선 롯데그룹 장·차남의 경영권 분쟁이 화두였고 이를 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씁쓸함’ 그 자체였다.

이런 을미년이 병신년(丙申年)에게 역사의 궤적을 넘기고 우리 곁을 떠나고 있다. 영특함과 총명함을 겸비했다는 붉은원숭이해엔 어떤 희망과 좌절이 우리의 희비(喜悲)를 가를까. 설레고 걱정된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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