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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마천루의 저주

하늘에 닿으려는 인간의 헛된 욕망이 빚어낸 최초의 마천루(摩天樓)는 아마 구약성서 창세기에 등장하는 ‘바벨탑’일 것이다. 현대 고고학자들이 추정한 높이는 대략 90m 정도로 알려져 있다. 지금으로 치면 도심의 흔한 고층 아파트에도 못 미치지만 당시로선 세계최고의 건축물이었다.

마천루는 문자 그대로 하늘(天)에 닿을(摩)만큼 드높은 누각(樓閣)을 뜻한다. 19세기 처음 이 명칭이 붙여진 건물은 높이가 고작 60m 밖에 안 되는 10층짜리였다. 1885년 미 시카고에 세워진 홈인슈어런스 빌딩이 그것이다. 현대적 의미의 첫 마천루는 1930년 뉴욕에 세워진 300m 높이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다.

세계 각국이 경쟁하듯 하늘을 ‘찌를’ 기세의 초 고층빌딩을 앞 다투어 짓고 있는 요즘은 이마저 고전이 됐다. 세상에서 가장 높은 건물인 아랍에미리트연합의 ‘부르즈 할리파’가 163층에 높이만 828m에 이르러서다. 그러나 이 역시 조만간 권좌(?)에서 물러나야 될 듯싶다. 사우디아라비아가 2018년 완공 목표로 높이가 무려 1007m나 되는 킹덤 타워를 건설중이기 때문이다.

흔히 220m 높이에 50층 이상이면 마천루라 부른다. 앞으로 이 같은 마천루가 제일 많은 나라는 중국이 될 것 같다. 현재 332개의 마천루를 건설 중 이어서 5년 후면 800개를 넘어서고 2022년엔 1318개에 달해 536개에 그칠 미국보다 2배 이상으로 많아진다는 예측이 나와서다.

‘마천루의 저주’라는 말이 있다. 초고층 건물을 지으면 그 직후 최악의 경제 불황을 겪는다는 것이다. 예컨대 1931년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102층, 381m)은 세계대공황을, 1973년 세계무역센터(110층, 417m)는 오일쇼크를 불렀다. 또 세계최고 건물에 등극한 ‘부르즈 할리파’는 2010년 국영기업 두바이 월드를 파산시켰다고 해서 붙여진 속설이다.

중국의 경제가 요즘 심상치 않다. 이를 두고 마천루와 연계시키는 호사가들도 늘고 있다. 물론 초고층빌딩 건설 붐을 반드시 경제 파멸의 징조로 볼 필요는 없다. 그런데도 최근 중국 경제를 보면 ‘높은 빌딩들은 저주와 함께 온다’는 속설이 맞는 것 같아 왠지 께름칙하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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