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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요즘 정치 마음에 드세요?

 

공연한 질문을 한 것 같다. 국민들 십중팔구는 만족하지 않는다고 대답할 것이다. 경제가 어려운데 정치에 만족할 리 없다. 단순히 경제문제뿐만은 아니다. 요즘 정치권을 살펴보자. 각 정당들은 4월 총선을 앞두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여당은 공천관리위원회 구성 문제로 진통 중이고, 야당은 아예 판을 다시 짜고 있다. 총선승리가 각 당의 지상목표라는 점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민들이 피곤해 하는 것은 앞뒤가 바뀐 느낌 때문이다. 선거는 관문일 뿐 국회 본연의 업무는 입법과 국정통제인데 이것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물론 통과된 법안도 많기 때문에 19대 국회가 최악의 국회라는 것은 과장된 표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시급한 쟁점법안들은 꽉 막혀있다. 선거가 코앞인데 선거구 획정도 안 되어 있고, 지난 29일 여야 원내대표간 합의로 통과시키기로 했던 북한인권법과 기업활력제고법조차 아직 통과되지 못했다. 그러니 국민들이 요즘 정치에 만족할 리가 없다.



합의가 안 되면 다수결로 정하는 것이 민주주의

그렇다면 다가오는 총선에서 어느 정당, 어느 후보를 선택해야 할까? 물론 국민의 뜻을 잘 헤아려 입법과 국정통제를 잘 할 정당과 후보를 뽑는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을 대신하여 국가를 운영할 사람들을 뽑는 선거야말로 국민이 주인이라는 것을 확인할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국민들 입장에서 현재 정치가 마음에 든다면 지금의 여야 구도대로 가면 되고, 아니라면 구도를 바꾸면 된다. 문제는 지금의 정치, 국가운영의 실태가 누구 책임인가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통령 책임인가, 국회 책임인가? 여당책임인가, 야당책임인가? 의원내각제에 비하여 대통령제는 책임정치가 곤란하다. 대통령 소속이 국회 다수당이 아닐 때,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지 불분명하다. 현재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민주당인 데 비해서 의회의 다수당은 공화당이다. 따라서 경제나 외교의 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 불분명하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는 2013년 2월25일~2018년 2월24일까지이고, 19대 국회의원의 임기는 2012년 5월30일~2016년 5월29일까지이므로 3년여 기간 동안 대통령과 의회 다수당이 같다. 따라서 책임소재가 분명하다. 잘했든 잘못했든 여당책임이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에 의하여 야당의 협조 없이는 안건처리가 불가능하다. 안건 상정을 위해서는 여야가 합의하거나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 있거나, 또는 천재지변 등의 이유로 의장이 직권상정하는 길밖에 없다. 여야간 합의가 안 되면 국회법상 당연 무소속인 의장과의 합의가 필요하다. 합의가 안 될 때는 결국 다수의 뜻에 따라 진행되고 국민에게 심판을 물어야 한다. 전체가 다수의 뜻에 따를 때 민주주의라 하지만 소수의 뜻에 좌우되면 독재가 된다. 다수의 뜻에 따르되 소수를 무시하거나 억압하면 안 된다는 것이 민주주의원리이다. 만장일치는 부결된 것이라는 탈무드의 교훈이 아니더라도, 다수결원리가 작동하지 않는 것은 민주주의에 부합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국민이 주인이라고 하기 어렵다. 한 정당이 5분의 3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지 않는 한 선거결과가 무의미하다. 즉 여야의 의석분포가 50대 50, 51대 49, 59대 41 별 차이가 없다. 여야가 바뀌어도 마찬가지다. 국민은 선거를 통하여 국정의 방향을 정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선거가 무슨 필요가 있단 말인가.



국민이 판단하고 심판할 책임정치 시스템이 필요

정치와 경제가 잘 안 돌아가는 현실에 대하여 대통령은 국회를 탓하고, 여당은 야당을 탓하고, 야당은 정부와 여당을 탓하기만 한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국민이 책임을 물을 수 없는 현실이 오늘 대한민국의 정치다.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국회법과 공직선거법, 나아가 헌법을 개정해서라도 책임정치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고,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정치인들의 정치력이 정말 필요한 때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별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선거 때만 인사를 받고 국가운영에는 허수아비가 되어버린 현실이 답답기만 하다. 결국 시간만 끌다가 막판에 어정쩡하게 봉합한 후 선거에 나서서 표를 달라고 할 것이 뻔하다. 이러니 국민들은 선거 때 어쩌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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