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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세기 아라비아에서는 설탕이 만병통치약으로 통했다. 12세기 비잔틴제국 황실 의사는 설탕에 절인 장미꽃잎으로 해열제를 처방했다. 따라서 당시엔 설탕을 약국에서 취급했다. 그만큼 설탕을 귀중한 약품으로 인정했다는 뜻이다.

15세기 들어와선 최고의 사치품으로 대접 받았다. 페르시아를 비롯 유럽에 이르기까지 축제를 빛내는 초호화 장식을 만드는 데 사용했기 때문이다. 화려함의 극치는 1515년 영국 웨스트민스터에서 거행된 울지 추지경의 취임식이었다. 연회에 설탕으로 만든 성과 탑 말과 곰 그리고 원숭이도 구경할 수 있었다고 해서다. 설탕은 이처럼 주최자의 권력을 눈과 맛으로 표현한다고 해서 힘의 상징으로 불리기도 했다.

설탕이 대단한 신분에서 평범한 신분으로 바뀐 것은 대량 생산이 가능하게 된 산업혁명 이후다. 지금은 식품과 음료 등에 안 쓰이는 곳이 없을 정도로 보편화 됐다. 그리고 거부하기 힘든 화려한 맛의 유혹으로 인해 과다한 섭취 또한 일상화 됐다. 그러다보니 나타나는 문제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중 제일 심각한 것이 비만으로 인한 성인병 발생이다. 국제기구는 비만과 당뇨 때문에 쓰는 의료비용이 한 해 5천억달러나 된다고 경고할 정도다. 지난 2014년엔 천연 당을 제외한 1일 섭취량을 절반으로 낮춰야 한다는 권고안을 내놓고 설탕과의 전쟁도 선포했다.

설탕 소비를 줄이려는 나라도 늘고 있다. 멕시코는 4년 전 탄산음료에 설탕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비만 국가 1위인 미국도 3년 전 가공식품 의무 표기에 설탕 첨가량을 포함시켰다. 영국은 한발 더 나갔다. 지난 16일 설탕이 많이 함유된 음료에 설탕세를 부과 하며 계산대 곁에 설탕 함유 식품을 진열치 못하게 한 것이다.

정부도 어제(20일) 비만과 당뇨의 주범으로 꼽히는 당류의 섭취를 줄일 국가 차원의 대책을 내놓는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대책의 핵심이 설탕사용을 줄일 수 있는 레시피 보급 등 캠페인 수준이고 ‘비만세’와 같은 강력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한다.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2013년 기준으로 6조8천억원으로 추정되는 데도 말이다. 아직 심각하지 않다고 보는걸까?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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