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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백락일고(伯樂一顧)

출마(出馬)는 말 그대로 말을 타고 전쟁터로 나가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진을 짜서 작전에 임한다는 뜻이다. 장수가 창을 휘두르며 적을 향해 말을 타고 힘차게 달려 나가는 것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소설 ‘조웅전’의 번창출마(飜槍出馬)에서 유래했다. 오늘날에는 ‘선거전’에 나간다는 의미로 굳어졌다. 선거에 입후보하는 것이 살아 돌아올 보장이 없는 전쟁터로 나가는 장수의 심정과 비슷하겠기에 나온 말이다.

백락일고(伯樂一顧)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명마(名馬)도 백락(伯樂)을 만나야 세상에 알려진다는 뜻으로, 재능 있는 사람도 그 재주를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야 빛을 발한다는 말이다. 전국책(戰國策)에는 이와 관련,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중국 주(周)나라 때 사람 백락은 당대의 유명한 말 감정가인데 아무리 뛰어난 명마도 그를 만나지 못하면 그 진가가 알려지지 않을 정도였다. 하루는 그에게 말장수가 찾아 왔다. 그리고 자기에게 훌륭한 말 한 필이 있어 이를 팔려고 시장에 내놓았지만 사흘이 지나도 아무도 사려고 하지 않으니 한 번만 보아 달라고 부탁했다. 백락은 시장에 가서 말의 주위를 여러 차례 돌면서 요모조모 살펴보았다. 다리, 허리, 엉덩이, 목덜미, 털의 색깔 등을 감탄하는 눈길로 그냥 쳐다보기만 하였다. 잠시 후 다시 아무 말 없이 갔다가는 돌아와서 세상에 이런 명마는 처음 본다는 듯이 또 보곤 하였다. 그러자 이를 지켜 본 사람들이 앞 다투어 서로 사려고 나서는 바람에 말이 순식간에 팔리고 가격 또한 껑충 뛰었다.” 예부터 지혜로운 신하가 있어도 이를 알아보는 현명한 군주가 있어야만 그 재능이 발휘될 수 있다는 뜻으로도 자주 인용되는 내용이다.

저마다 비장한 각오로 출사표(出師表)를 던지고 20대 국회의원에 출마한 후보들의 등록이 오늘(24일)부터 시작됐다. 선거구 별로 단 한 명만이 살아 돌아올 수 있는 14일간의 전쟁에 말(馬)을 몰고 나선 것이다. 혹자는 국민과 나라를 위해, 혹자는 돈과 명예와 권력을 위해 저마다 말고삐를 틀어쥐면서 당선을 향해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이 시점 유권자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백락의 안목’이 아닌지.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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