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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황당한 공약(空約)

정치인들의 황당한 공약과 관련된 우스갯소리는 셀 수 없이 많다. 다음과 같은 이야기도 그중 하나다. 선거를 앞두고 어느 중견 정치인이 자신의 지역구 유세에 나섰다. 그리고 유권자 앞에서 열변을 토했다. “만약 나를 뽑아 주신다면 이 고장에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다리를 놓아 드리겠습니다.” 듣고 있던 일부 청중이 “우리 지역엔 다리 놓을 만한 강이 없다”고 하자 곧바로 이렇게 답변했다. “그렇다면 강도 만들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역대 정치인의 공약 중 1992년 대선에 나선 고 정주영 후보의 공약만큼 왈가왈부 했던 내용도 드물다. “서민들에게 아파트를 반값에 분양하고, 경부고속도로를 복층으로 만들겠다”는 당시 공약은 선거철만 되면 지금도 회자된다.

하지만 이도 괴짜 정치인 허경영의 2012년 대선 공약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국제연합(UN) 본부를 판문점으로 이전하고, 국회의원 출마 자격 고시제 실시, 독도 간척 사업으로 일본 근해 500m 앞까지 영토 확장, 결혼하면 1억 원을,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1000만 원을 지급하겠다” 등등. 그의 19대 총선의 공약은 더욱 압권이다. “주택이 없다면 주택을, 아파트가 없으면 작은 평수라도 한 채씩 지원하겠다. 외교관보다 연예인이 더 나라를 알린 만큼 연예인 생일에 10만원씩 주겠다”고 했다. 그야말로 공약이 황당함 그 자체인데도 인기는 ‘허경영 신드롬’을 만들 정도로 높았다.

4·13 총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공약(空約)들이 난무하고 있다. 정당은 벌써부터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공수표를 남발하고 있고, 일부 정치인들은 가는 곳마다 ‘당선되고 보자는 식’의 무책임한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어서다. 이번 선거에서 내놓은 여야의 일자리 공약만 보더라도 그렇다. 4대 주요 정당이 만들겠다는 일자리만 앞으로 5년 동안 1100만 개를 넘는다. 한 해 200만 개에 달하는 셈이다. 참고로 지난해 새로 생긴 일자리는 33만7000개였다. 무성의한 것인지 혹은 무지한 것인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 ‘아니면 말고’식 공약으로 인해 믿을 수도, 안 믿을 수도 없는 유권자만 혼란에 빠지고 있는 요즘이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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