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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노년의 위상

중국 춘추시대 제(齊)나라 환공(桓公) 때의 일이다. 어느 해 봄, 환공은 군사를 일으켜 명재상 관중(管仲)과 하북성(河北城) 정벌에 나섰다.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혹한 속에 지름길을 찾아 귀국 하던중 길을 잃고 말았다. 전군이 진퇴양난에 빠져 떨고 있을 때 관중이 말했다. “老馬之智可用也(노마지지가용야·이런 때 늙은 말의 지혜가 필요하다)”며 즉시 늙은 말 한 마리를 풀어 놓았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 행군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큰길이 나타나 무사히 돌아왔다. 한비자(韓非子)설림(說林)편에 나오는 ‘노마지지(老馬之智)’의 고사다.

한비는 고사를 바탕으로 이렇게 쓰고 있다. “관중의 총명과 지혜로도 모르는 것은 늙은 말을 스승으로 삼아 배웠다. 그러나 그것을 수치로 여기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날 사람들은 자신이 어리석음에도 성현의 지혜를 스승으로 삼아 배우려 하지 않는다. 이것은 잘못된 일이 아닌가.”

세상을 오래 산 노년의 지혜는 젊음의 패기와 열정만으론 풀어낼 수 없는 일들을 해결하는데 빛을 발 할 때가 많다. 아프리카 격언에 ‘노인 한 명이 사라지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는 말도 있다. 거친 세상을 살아오면서 얻은 지혜는 무엇보다도 소중하다는 뜻이다. 노인의 설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디지털 시대에도 변함없는 진리다.

로마의 지성 키케로는 “노년이 되면 일을 못한다고? 도대체 무슨 일을 말하는가? 젊은이들이 갑판을 뛰어다니고 돛을 올리고 할 때, 노인은 키를 잡고 조용히 선미에 앉아 있지. 큰일은 육체의 힘으로 하는 게 아니라 깊은 사려와 판단력으로 하는 거야.”라고 말했다. 그의 저서 ‘노년에 관하여’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20대 이하 젊은 층의 생각은 좀 다른 모양이다. 어제(10일) 발표한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세 미만이 평가한 70대의 사회적 위상 점수는 3.21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4.38점보다 크게 낮게 나타나서다. 노인 세대의 역할을 높게 보지 않고 사회적 위상도 낮게 평가하는 이 같은 원인은 과연 어디서부터 비롯된 것 일까? 기성세대로서 자책감이 든다./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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