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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엔 조선 인조 때 명장 임경업 장군을 모신 사당 ‘충민사’가 있다. 어느 날 임장군이 명나라를 가려고 서해를 항해 하던 중 배가 연평도에 이르자 식량이 떨어지고 말았다. 장군은 배를 섬에 정박시키고는 선원들에게 엄나무를 꺾어오도록 했다. 그리고는 연안 바다에 꽂도록 했다. 이후 물이 빠질 때까지 기다렸더니 쳐 놓은 엄나무 가시마다 조기가 하얗게 걸려있었다고 한다. 이때부터 연평도에서 조기를 잡는 시초가 되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연평어민들은 이후 당을 짓고 임 장군을 ‘어업의 신’또는 ‘조기의 신’으로 모시게 되었다는 것이다.

연평도의 오랜 조기잡이 역사는 근대에 들어서 빛을 더 했다. 연평도 뱃노래엔 이런 가사도 있다. ‘돈 실러가세 돈 실러가세. 황금바다 연평바다로 돈 실러가세.’ 연평도의 옛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이 가사는 해방 전후부터 1968년까지 연평바다는 조기의 황금 어장이었을 증명하고도 남는다.

1980년대 들어 연평도 근해에서 조기가 자취를 감추면서 지금은 꽃게가 그 자리를 잇고 있다. 연평도 앞바다가 한국의 꽃게 주산지이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동안 조기가 그래 왔었던 것처럼 꽃게가 연평도를 상징하는 해산물이 된 것이다.

하지만 10여년 넘게 어민들은 애간장을 태우며 꽃게산지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남북 대치 상황 속에서 서해바다가 늘 긴장의 연속이었고 그 위태로움의 중심에 연평도가 있어서였다. 1999년부터 두 차례의 연평해전과 연평도 포격 사건 등 북방한계선 부근에서 일어난 전투만 다섯 번을 겪었을 정도다. 인근 해역에서 사망한 우리 군의 희생자만도 55명에 이른다.

연평 어민들을 괴롭히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꽃게 어장이 형성되는 4∼6월, 9∼11월 매년 6개월간 집중적으로 NLL 주변 수역에 나타나 꽃게를 싹쓸이 하는 중국어선의 불법조업도 어민들의 속을 시커멓게 태우긴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정부는 거의 단속에 손을 놓고 있다. 급기야 지난 5일 참다못한 연평도 어민들이 직접 중국어선 2척을 나포해 해경에 인계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국가가 해야할 일을 어민이 하는 나라, 6월이 더욱 부끄럽게 느껴진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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