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는 소리로 집을 짓는다/머물 때 펼치고 떠날 때 거두는 천막 같은 집/매미들은 소리로 마을을 이룬다/참매미, 쓰름매미, 말매미 모여 온 여름 들고나며 마을을 이룬다/여름에는 사람도 매미네 마을에 산다.” 아동문학가 정현정이 노래한 ‘매미네 마을’이란 동시다.

요즘이 꼭 이렇다. 도심은 물론 아파트단지, 주택가 어딜 가나 한밤중은 물론 새벽까지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는 매미들이 넘쳐 나서다.

매미 울음소리는 90dB을 넘는다. 도로변 자동차 주행소음 67.9㏈보다 큰 것은 물론 주거지역 야간 소음규제 기준인 45㏈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매미 울음소리를 소음 공해라 부르는 이유다. 아파트 층간 소음 기준이 주간 43㏈, 야간에는 38㏈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매미 울음소리는 분명 과태료 감이다. 하지만 정작 매미는 옆에서 쏘는 대포소리도 듣지 못할 정도로 청각이 무디다. 곤충학자인 파브르는 이를 두고 ‘매미의 울음소리는 청각장애인의 고함소리’라고 말하기도 했다. 매미가 시끄럽게 우는 이유는 짝짓기를 통해 종족을 보존하기 위해서인데 밤과 낮을 가리지 않는 것은 빛 공해로 인한 생태계 변화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은 소음과 농가 피해 때문에 골칫거리로 전락했지만 매미만큼 인간에게 친숙한 곤충도 없다. 특히 선현들은 ‘다섯 가지 덕을 갖췄다’ 해서 곤충 중의 군자로 여겼다. 즉 “매미는 머리 부분에 선비의 갓끈이 늘어져 있으니 문(文)이 있고, 이슬을 먹고 사니 맑음(淸)이 있다. 또 농부가 가꾼 곡식을 먹지 않으니 염치가 있고, 집이 없으니 검소하고, 철에 맞추어 오고 가니 신의가 있다.” 임금이 정무를 볼 때 쓰는 관을 날개 익(翼)에 매미 선(蟬)자를 쓰는 익선관이라 불렀는데 임금의 관에 매미 날개를 단 것 또한 나라를 다스릴 때 매미의 오덕(五德)을 늘 염두에 두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매미의 덕을 노래했던 것은 분명 옛날인가 보다. 세월이 가면 갈수록 독한 매미들이 기승을 부리며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으니 말이다. 자연생태계의 흐름을 바꿔 논 우리들의 자업자득이며 환경 파괴를 나무라는 경고로 들리는 것 같아 씁쓸하다.

/정준성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