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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의 世上萬事]돌파구 찾아나선 전교조(全敎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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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8월 30일  21:12:11   전자신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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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자(大記者)

신문기자가 되기 전 안양에서 한 사립고등학교 선생을 약 3년 가까이 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평소에 뜻을 두었던 신문사 방송국 시험에 잇따라 낙방하고 상심이 컸다. 더 안타까웠던 것은 여러 군데 최종면접까지 갔는데도 번번이 기회를 놓쳤다. 마침 교직과목을 이수했기에 그 학교에서 국어교사를 하게 됐다. 학교생활은 그런대로 재미있었지만 언론계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계속 신문사 입사시험에 응시했다. 마음은 이미 콩밭에 가 있을 때였다. 지금도 후배들은 가끔씩 “왜 그 좋은 선생을 그만두었냐”며 핀잔을 주기도 한다. 기자생활이 때로는 힘들고, 또 요즘 선생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워서인지 더 그런다.

그러나 선생을 한 탓에 당시 은행에 다니던 예쁘고 착한 지금의 아내도 만났다. 선생 3년 차인 1988년 7월 7일 새벽에 학교에서 빨리 나오라고 전화가 왔다. 그해 3월 결혼해 학교 인근 자그마한 아파트에 살 때다. 무슨 일인가 부랴부랴 학교로 올라와보니 현관에 이른바 ‘대자보’가 붙어 있었다. 몇몇 교사들의 이름으로 ‘족벌체제 퇴진’ 등 11개 항의 요구사항이 적혀 있었다. 대학시절 데모 한번 해보지 못한 나로서는 좀 당황스러웠다. 일종의 집단행동을 보고는 내 마음 한 구석엔 아직도 보수적인 생각이 자리하고 있어 동조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일부 교사들과 뜻을 같이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미안했다. 때마침 신문사 시험을 또 치르고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고 있던 때였는데 불행 중 다행인지 합격했다. 이런 일이 있고 난 며칠 뒤인 18일 학교를 떠나 신문사로 옮겼다.

대자보를 주도한 4명의 동료 교사들을 중심으로 안양과천지역 교사협의회를 구성했다. 이 협의회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의 모체가 됐다. 1989년 6월 14일 아주대학교에서 전교조 경기지부가 창립대회를 갖고 그중 한명의 동료교사가 초대 지부장이 됐다. 전국단위의 조직인 전교조는 1989년 5월28일 출범한 상태였다. ‘참교육 실현과 사립학교 민주화’라는 기치를 내걸었다. 2대 지부장은 나의 고교 동창생이었고, 3대 지부장은 같이 근무했던 동료교사가 맡았다. 나중에는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냈고, 경기도에서만 전교조 출신 교사 2명이 교육위원과 교육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전교조는 출범 당시 많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촌지 추방, 학교폭력 근절, 부패사학 척결 등 참교육과 교육민주화를 내세운 젊은 교사들은 권위적이고 매너리즘에 빠진 선배들의 영혼을 흔들며 교단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지극히 보수적이었던 교육계는 이들이 못마땅하기 그지 없었다. 문교부는 시도교육위원회에 ‘문제교사 식별법’이라는 비공개 공문을 내려보내 이들의 움직임을 주시토록 했다. 그 중에는 아이들한테 인기 많은 교사, 자기 자리 청소 잘하는 교사, 촌지 거부하는 교사, 학부모 상담을 자주하는 교사, 지나치게 열심히 공부를 가르치려고 하는 교사, 반 학생들에게 자율성과 창의성을 높이려는 교사, 직원회의에 손을 들고 질문을 자주하는 교사 등 21개 항목을 나열했다. 전교조에 가입할 우려가 있는 교사들을 구분한 것이다. 누가 만들었는지 얼마나 구태의연하다 못해 웃음마저 난다. 문교부가 지칭한 ‘문제 교사’가 지금은 최고의 자질있는 교사들이기 때문이다.

전교조는 일, 숙직도 없애고 교육환경을 대폭 개선했는가 하면 교육계에서 권위가 점차 사라지는 계기가 돼 긍정적인 측면이 많았다. 그러나 일부 진보세력들의 입시교육 폐지, 학생 간 경쟁지양, 학력고사 교원평가반대 주장과 학생인권조례 제정 등으로 학교는 무너지고 교권은 끝없이 추락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창립 27주년의 전교조는 2003년에 조합원 수가 9만3천여명까지 정점을 찍은 이후 현재 5만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정치적 이념적 색채도 강해졌다.

이러한 때 최근 전교조 지도부 출신 조합원들이 전교조의 ‘퇴행’을 비판하며 새 교원노조 결성을 추진하고 나서 주목된다. 전교조의 초심을 되살려 교사, 학생, 학부모와 진정으로 소통하고 모두가 성공하는 교육을 이뤄내기 위한 노력이라고 한다. 전교조의 변신을 모두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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