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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풍년의 역설

우리말의 ‘쌀’은 고대 인도어 ‘sari’가 어원이다. 쌀이 살(肉)에서 왔고, 식물의 살(쌀)과 동물의 살(고기)을 먹고 사는 게 ‘살암(사람)’이란 속설도 있다. 학명은 라틴어 ‘오리자(Oryza)’다. 오리자가 이탈리아에서 ‘riso’가 됐고, 이탈리아식 볶음밥인 리소토(risotto)도 여기서 나왔다. 영국으로 건너가선 ‘rys’로 변했다가 오늘날 영어 ‘rice’가 됐다.

이런 쌀은 옥수수 밀과 함께 세계 3대 곡물이다. 옥수수는 주로 사료용으로 쓰이는 것을 감안하면 식량 공급을 양분하는 것은 쌀과 밀인 셈이다. 벼농사는 1만 년 전 신석기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기원은 중국 위난, 인도 북부 아삼, 동남아 등 설이 분분하다. 한반도에는 약 4000년 전 유입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쌀은 한국인에게 주식(主食) 이상의 존재다. ‘밥심’으로 산다는 얘기도 그래서 나왔다. 하지만 소득이 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쌀 소비는 30여 년 만에 반 토막 났다.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이 1980년 132.4㎏에서 작년 67.2㎏으로 준 것이다.

때문에 요즘 같은 수확철만 되면 농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진다. 매년 풍년을 이뤄 재고는 쌓이는데 가격은 오르지 않아서다. 그러다 보니 쌀 관련 뉴스에도 매우 예민하게 반응한다. 지난해 모 여가수가 한 공중파에 출연해 20년째 40㎏대 몸매를 유지하는 비법을 공개하면서 ‘13년간 쌀을 안 먹었다.”고 고백하자 농촌 곳곳에서 “쌀 소비 급감으로 빈사 직전에 놓인 쌀 농가를 두 번 죽이는 꼴”이라며 강한 비난을 쏟아낼 정도다.

농민의 마음을 시름에 젖게 하는 재고쌀은 지난해 이맘때보다 20% 이상 많은 49만8634t으로 8만800여t이나 늘었다. 현재 쌀값은 작년 8월에 비해 도매가격이 9.5%, 소매가격은 10.9% 하락했다. 평소 6만 원대 팔리는 경기지역 유명 브랜드 쌀이 최근 3만7000원(20kg)에 판매되는 일이 있을 정도다. 수확철을 앞두고 재고 벼를 처리하기 위한 저가 출혈경쟁을 보이고 있는 등 매년마다 반복되는 ‘풍년의 역설’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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