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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국정감사 성적표

 

20대 국회 들어 첫 국정감사가 시작되어 마무리단계가 되도록 매일 언론에 보도되었다. 그런데 국민들에게는 어떤 것들이 기억될까?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통과에 따른 여당대표의 단식과 헌정사상 초유의 여당 국정감사 불참, 일주일 동안의 반쪽 국감, 야당 의원들이 김재수 장관을 투명인간 취급하던 광경, 이기동 한국학중앙연구원 원장의 “새파랗게 젊은 것들한테 이 수모를 당하고 못 해먹겠다.”는 발언, 이은재 의원과 조희연 교육감이 질문과 답변을 서로 이해 못한 MS오피스 수의계약 공방, 방송인 김제동씨가 군사령관 부인을 아주머니라고 불렀다가 영창에 다녀왔다는 개그 공방, 한선교 의원의 유은혜 의원에 대한 “내가 그렇게 좋아?” 발언 논란 등이 기억된다. 이런 것들만 언론에 부각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인터넷을 뒤져봐도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최순실씨의 딸 부정 입학문제 등의 문제제기가 있었을 뿐 밝혀진 것은 없다. 그 과정에서 여야 간에 서로 비난하고 파행을 보였을 뿐이다. 여야 모두 민생국감과 정책국감을 다짐했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해운업 등 산업 구조조정 문제, 북핵문제에 따른 북한제재의 국제공조와 사드배치 문제, 누리과정 예산 문제 등 국민들 관심분야는 많았지만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국정감사 NGO모니터단은 F학점을 매겼고, 이는 모니터가 시작된 후 18년 만에 첫 F학점이라고 한다.



국정감사는 국회의 기능 중 비효율의 전형

국정감사는 다른 나라에 별로 사례가 없는 제도이다. 우리나라도 1962년 헌법까지 있다가 없어졌던 것인데 현행헌법에서 부활되었다. 국정조사와 다른 점은 국정전반에 걸쳐서 정기적으로 행해진다는 점이다. 이번 국정감사의 피감기관은 지난해보다 21개 기관이 줄어든 691개이다. 이 가운데 위원회 선정 대상기관은 651개이며, 본회의 승인 대상 기관은 지난해보다 31개 기관이 감소한 40개이다. 위원회 별로 40여개 기관을 감사해야 하므로 하루에 두 군데 정도씩 진행해야 다 소화할 수 있다. 관계자들을 불러놓고 답변 한 마디도 듣지 않고 돌려보내는 사람이 부지기수라는 얘기가 매번 나오는 이유다. 국정감사에 들어가는 예산과 감사 준비 때문에 일상적인 행정이 지연되는 것들은 돈으로 계산하기도 힘들다. 증인으로 채택되면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강제로 불러올 수 있지만 이는 수단일 뿐 목적일 수가 없다. 국정감사의 목적은 국회의 입법권과 국정통제권을 행사하기 위한 기초자료나 사실관계의 수집과 이를 통한 국민의 알 권리의 충족에 있다. 이번에도 이런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너무나 미흡하고 비효율적이었다. 행정부나 사법부 등 국회 이외의 국가기관에 대한 통제기능을 행함으로써 모든 국가기관들이 각자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회의 국정통제기능인데, 이런 식의 국정감사가 과연 도움이 될까? 국민의 눈에는 행정부를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여당과 야당의 상호 견제의 장으로만 보인다.



국회는 대선 전초전을 거두고 민생에 눈 돌려야

정당정치가 발달한 현대 국회에서 여야의 대립은 피할 수 없는 사실이다. 국회의원은 전 국민의 대표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소속 정당의 이익을 무시할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국회의 본질적인 임무보다 소속 정당이나 의원 개인의 입장을 우선한다면 의원 자격이 없는 것이다. 곧 이어질, 아니 이미 시작된 대선정국에서 여야가 주도권 싸움을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여야의 경쟁은 어느 정당이 국민에게 필요한 정책을 개발하고 추진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어야 한다. 사소한 말꼬리를 잡는 식의 감정싸움이나, 무조건 반대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국민은 둔해보여도 결국 모든 것을 보고 있고, 기억할 것이다. 이렇게 비효율적으로 매번 국정감사를 반복하는 것보다 일 년 내내 기관들을 돌아가면서 하는 상시국감으로 전환하든지, 아예 국정감사를 폐지하고 국정조사로 일원화하여 필요한 곳에만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국정감사는 헌법에 규정된 것이므로 혹시 개헌논의가 진행될 때 대통령제냐 의원내각제냐 하는 큰 틀의 문제만이 아니라 이런 세부적인 기능들도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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