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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 ‘아버지의 이름으로’ 노을빛 치마에 담은 절절한 父情

부인 홍씨가 보낸 색바랜 치마 가득
두 아들에 보내는 당부의 글 ‘빼곡’
‘하피첩’ 4첩 중 3첩 공개
딸에게 보낸 ‘매화병제도’도 전시
3부로 구성… 내년 3월 26일까지

 

실학박물관 ‘하피첩의 귀향’전

“나는 벼슬을 하지 않아 너희에게 남겨줄 게 없다./오직 두 글자의 놀라운 부적을 줄 테니 소홀하게 여기지 말아라./한 글자는 근(勤)이요 또 한 글자는 검(儉)이다.”


가족과 떨어져 유배온 아버지가 아들에게 보낸 글은 절절하면서도 깊은 애정이 담겨있다.

다산 정약용은 부인 홍 씨가 시집올 때 입었던 낡은 치마에 두 아들에게 보내는 당부의 글을 써내려갔다.

붉은색 치마는 시간이 지나 노을빛으로 변했고, 지난 시간만큼 깊어진 부모의 사랑을 담은 이 서책은 노을빛 치마를 뜻하는 ‘하피첩’이라 이름 붙었다.

‘하피첩’을 통해 아버지로서의 다산의 모습을 만날 수 있는 ‘하피첩의 귀향’ 전시가 내년 3월 26일까지 실학박물관에서 열린다.

다산 정약용은 만 14세이던 1776년 한 살 연상의 풍산홍씨(1761~1838)와 결혼한다.

1801년 신유사옥으로 다산이 전남 강진으로 귀양가면서 부부간의 생이별은 시작됐고, 유배 7년째, 남편이 살아 돌아올 기미조차 보이지 않던 1806년에 부인 홍씨는 시집올 때 입었던 붉은색 비단치마를 귀양지로 보냈다.

30년이 지나 누렇게 바랜 비단치마에 다산은 두 아들에게 당부하는 경구들을 써 보냈다. 4년에 걸쳐 작성한 글은 총 94장에 이르며 자식에 대한 깊은 사랑을 작은 치마 조각에 빼곡히 담았다.

다산 집안의 가보였던 하피첩은 6·25 발발 직후 다산의 종손 정향진씨가 난리통에 분실했고, 부산저축은행 전 대표가 소유하고 있었던 것이 그의 파산으로 경매에 나와 2016년 국립민속박물관이 소장하게 된다.

실학박물관은 고향으로 돌아온 하피첩의 귀향을 기념하기 위해 전시를 기획, ‘다산 가족이야기’, ‘하피첩, 노을빛 치마에 그리움을 담다’, ‘하피첩의 귀향’ 등 총 3부로 구성했다.

다산이 홍씨 부인과 만나 가정을 꾸리고, 유배를 간 뒤 가족을 그리워한 절절한 사연까지, 다산의 생애를 전시를 통해 한눈에 만날 수 있다.

하피첩 4첩 중 3첩을 공개하며, 유배기에 다산 정약용이 시집가는 딸을 위해 매화와 새를 그린 ‘매화병제도’도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전시 관계자는 ‘다산의 생애에서 가장 좌절을 겪으면서도 희망을 꿈꿨던 시절을 함축한 하피첩 자료를 통해 다산이 자식을 사랑한 마음, 희망을 따르고자 했던 정신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을 뿐 아니라 그의 서체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것도 이번 전시의 큰 의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민경화기자 m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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