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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데드 시팅 덕

2009년 1월 20일, 부시 미대통령은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7천억 달러의 구제금융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공화당 하원의원들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그러자 미 언론들은 당시 대통령의 지도력이 ‘레임덕’(lame-duck, 임기 말 권력 누수현상)을 넘어 ‘브로큰덕’(broken-duck)에 이르렀다며 부시의 무능을 꼬집었다. 임기 말의 대통령을 ‘절름발이 오리(lame-duck)’에 비유하는데 부시의 경우 이 단계를 넘어 ‘다리가 부러진 오리’가 됐다는 것이다.

레임덕은 원래 18세기 영국 증권시장에서 미수금을 갚지 못하는 투자자를 일컫던 말이다. 정치권에선 미국의 남북전쟁(1861~1865) 때부터 사용됐다. 재선에 실패한 현직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마치 뒤뚱거리며 걷는 오리처럼 정책집행에 일관성이 없고, 정치력 저하를초래하는 상황을 비꼰 것이다. 레임 덕이 미국의 정치 관용어가 된 것은 11월에 실시되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현직 대통령이 패배하는 경우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는 다음해 1월까지의 약 3개월 동안 국정정체 상태가 빚어지는 현행 선거제도도 한몫하고 있다.

‘브로큰덕’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간 권력통제 불능상태를 지칭하는 말이다. 그러나 시사용어론 이보다 ‘죽은 오리’라는 뜻의 ‘데드덕’(dead-duck)이란 말이 더 많이 쓰인다. 데드덕은 정치 생명이 끝난 사람, 가망 없는 인사를 뜻 한다. 또 실패했거나 실패할 것이 확실한 정책을 의미하기도 한다, 원래 이 말은 19세기에 유행한 ‘죽은 오리에는 밀가루를 낭비하지 말라’는 속담에서 유래됐는데 최고 권력자에겐 더 없이 치욕적인 말이라 해서 잘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보다 더한 모욕적인 말로선 ‘시팅덕(sitting-duck, 앉아 있는 오리)’도 있다. 하도 어수룩해서 이용당하거나 공격받기 쉬운 최고 권력자를 의미한다나.

요즘 시중에선 ‘하야’ ‘탄핵’과 함께 ‘데드 시팅 덕’이란 말이 유행이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방조하고 뇌사 상태나 다름 없게된 박근혜 정부. 그 상황을 지칭하는 용어가 어쩌면 이렇게 잘 어울릴까 생각해 본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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