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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국민주권에 대한 오해와 진실

 

지난 9일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뒤에도 주말에 광화문 광장에는 80만의 시민이 모여서 촛불집회를 가졌다. 법률에 따르면 집회와 시위는 다중이 모여서 불특정 다수에게 집단적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 주말 집회에 모인 국민들이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한 주 전에는 ‘대통령 탄핵’을 주장했다. 그 결과 탄핵소추가 의결되었고 법에 따른 후속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인데 탄핵과 상관없이 즉각 사퇴하라는 것인가? 아니면 헌법재판소에 대하여 속히 탄핵을 확정해 달라는 것인가? 탄핵소추가 의결되었으니 축하하는 자리인가? 단순한 문화제나 축제, 아니면 또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일까? 사실 지난 주말 촛불집회에서는 이런 다양한 의견들을 부분적으로 모두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다양한 의견들을 하나로 결론짓기는 어렵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것이 우리 헌법 제1조의 내용이다. 아무도 부인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인 것이 맞다. 7차까지 계속된 촛불민심으로 그걸 확인하였다. 주인으로서 최종 결정을 하여야 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국민이 어떤 결정을 내리고 어떤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인지는 좀 더 생각해 보아야 한다.



국민이 모든 사소한 문제까지 결정할 수는 없어

우선 모든 국민이 어떤 문제에 대해 똑같이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 국민이 모든 문제를 사소한 것까지 일일이 결정할 수도 없다. 어떤 전문적인 문제에 대해서 판단하려면 많은 시간을 들여 자료를 검토하고 따져 보아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국민은 언론보도를 통해 사실을 알게 된다. 만약 언론보도가 잘못되었거나 국민이 잘못 판단했다고 해도 국민이 책임을 지거나 되돌릴 방법이 없다. 그래서 국민은 전문가들에게 국정을 맡기는 것이다. 국민이 직접 결정하고 책임지는 방식은 선거와 국민투표밖에 없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선출할 뿐 구체적 결정은 이들이 한다. 선거가 잘못되었다고 판단될 때 바로 잡는 장치로 탄핵이 있을 뿐이다. 지금 그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헌법과 국회법에 따르면 탄핵소추의결서가 송달된 때에는 피소추자의 권한행사는 정지되며, 임명권자는 피소추자의 사직원을 접수하거나 해임할 수 없다. 탄핵심판 도중에 사직할 수 없게 한 것은 헌법재판소와 심판절차를 존중한다는 의미와 더불어, 헌법적 판단을 받게 하는 것이 향후 똑같은 헌법 또는 법률위반 사태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된다. 대통령은 임명권자가 없으므로 탄핵절차 중에도 자유롭게 사직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으나, 다른 공직자와 달리 볼 이유가 없다. 대통령의 경우 국민이 임명권자 아닌가?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탄핵의 경우에는 경호를 제외하고 연금지급 등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하지 않게 된다. 하지만 사직의 경우에는 이러한 제한이 없다. 따라서 사직함으로써 탄핵을 피하고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다 받게 되는 상황은 합리적인 결과라고 하기 어렵다.



탄핵은 헌재에, 정치는 정치권에 맡기고 기다려야

탄핵은 이제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따라 최종 결정이 내려지게 된다. 탄핵을 비롯한 헌법재판은 정치적 분쟁을 법적 분쟁으로 바꿔준다. 정치적 토론과 타협이 실종된 상태이므로 탄핵심판을 통하여 예측이 가능하게 되고, 가부간 내려진 결론에 승복할 명분이 확실해진다. 신속한 탄핵결정을 바라는 마음을 표현할 수는 있으나, 그것이 지나쳐 재판관들에 대한 압력으로 변하면 공정한 심판을 해칠 수 있다. 헌법재판소법은 “재판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탄핵심판 외에도 국정조사와 특검에 의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중단되지 않고, 또 실상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자 국민이 직접 촛불을 들고 나선 것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이제는 각 제도와 절차들을 믿고 기다릴 때다. 물론 이러한 헌법상의 제도와 절차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면 국민이 또 나설 수밖에 없다. 이런 법질서 내의 제도들이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않는다면, 최후에는 국민은 권력집단에 대하여 저항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이 그런 때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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