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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국방부 시계는 간다”고 했던가. 두 달 넘게 ‘대통령 하야’ ‘즉각 퇴진’ ‘탄핵’ 등으로 점철된 정국 속에서도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 바야흐로 송년회 시즌이다. 기관·단체나 친목회의 송년 모임이 앞 다퉈 이뤄지고 있다. 모습은 예년과 사뭇 다른 풍경이다. 국정농단 사태로 전 국민이 혼돈에 빠져있고 김영란법까지 시행되고 있는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제마저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어 거창하거나 요란하지 않다.

송년회의 ‘감초’ 격인 건배사는 그래도 어김없이 등장하고 있다. 세상이 어순선한 탓인가? 예년에 비해 내용은 더욱 날카롭고 다양해졌다. 세태를 풍자하는 재미있고 기발한 건배구호가 유독 많아서다. 술 대신 음료로 건배하는 경우도 있지만 시민의 분노를 담은 사회 풍자 건배사들은 빠지지 않는다. 덕분에 회식자리의 분위기도 뜨겁다.

최순실씨와 조카 장시호씨 등의 이름 삼행시형 건배사도 그 중 하나다. ‘최대한 마시자, 순순히 마시자, 실려 갈 때까지 마시자’, 장씨 이름은 ‘장소 불문, 시간 불문, 호탕하게 마시자’. 선창자가 “청와대에서”를 외치면 좌중이 “방 빼라”로 화답하는 ‘촛불집회형 건배사’도 있다. 그러나 가장 많은 것은 역시 보편적 건배사 ‘위하여’와 발음이 비슷한 ‘하야(下野)’를 접목시킨 “위하야”다.

건배는 신에게 바친 술을 나눠 마시는 종교 의식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또 병에 담긴 술을 따라 단숨에 마심으로써 독이 없음을 서로 확인한 풍습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건배를 할 때 미국이나 영국에선 ‘치어스’(cheers), 일본에서는 ‘간빠이’(乾杯), 중국에서는 ‘간베이’(干杯)라고 한다. 모두가 잔을 ‘뽀송뽀송 말리자’는 의미다.

건배사를 하며 왁자하게 먹고 떠드는 모임이 지난해에 비해 대폭 줄어든 것도 요즘 세태다. 대신 작은 공연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문화송년회다. 가족끼리 단란하게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줄어드는 송년모임으로 인해 울상인 음식점들이 걱정이지만 건전한 사회로 가는 모습에 다소 위안이다. 나라가 안정되고 경제가 살아나 내년 송년 모임이 더 풍성해졌으면 좋겠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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