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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IN]미혼모의 아이를 포기하지 않을 권리

 

저출산 고령화의 문제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통계청의 2015년 인구통계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비율은 13.1%로 고령화 사회이며, 2017년이면 14%이상의 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인구 고령화 속도의 심각성은 저출산 현상과 맞물려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다.

합계출산율이 1.3명 이하로 떨어지면 초저출산 사회로 분류되는데 우리나라는 2001년 1.3명 이하로 떨어진 뒤 15년째 초저출산 사회를 유지중이다. 정부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저출산 대책으로 80조원 정도의 예산을 투입했지만, 이미 만성적 저출산 국가가 돼버린 상황에서 반등이 쉽지 않다.

이렇게 아이를 낳게 하기 위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이미 태어난 아이들을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시선으로 인해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벌어지고 있다.

바로 미혼모들의 이야기이다.

한국에서 미혼모 지원의 기반을 마련한 것은 리차드 보아스 박사로, 그는 한국에서 딸을 입양하였다. 딸을 키우면서 입양재단을 설립하고 국제입양을 원하는 미국의 가정에 재정적 지원을 하는 등 국제입양의 옹호자가 되었다. 하지만 2006년 10월 딸의 모국인 한국을 방문하였을 때, 미혼의 임신한 여성들이 아이를 낳기도 전에 모두 아이를 포기하기로 결정하는 것을 본 후 생각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임신한 여성이 스스로 원해서 아이를 포기하는 경우는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 딸의 엄마 또한 이러한 여성 중에 한 명임을 알게 된 이후, 기금을 조성하여 미혼모 관련 단체들의 사업을 지원해오고 있다.

우리사회에서 미혼모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여전히 만연해 있는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다.

미혼모하면 ‘사고를 쳤다’는 표현이 떠올려지듯이 이들을 성적으로 문란하거나 무책임한 사람, 혹은 아이를 제대로 양육하지 못하는 불쌍하고 무능한 사람으로 인식된다.

언론에서도 미혼모에 대한 많은 기사들이 불법입양, 영아 유기, 무책임한 미혼부, 아동학대, 베이비박스에 버려지는 아이들 등 부정적인 내용이 많다. 특히 10대 미혼모에 대해서는 비정상이라는 인식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은 우리 사회가 여성의 성에 대해 순결주의와 결혼이라는 남성의 보호 하에서의 임신과 출산만을 정상으로 보는 관념이 뿌리 깊기 때문이다. 영유아에 대한 책임과 비난이 온전히 미혼모에게만 부여되고 미혼부나 그의 가족에 대한 책임은 도외시 되고 있다.

하지만 혼외출산이 비도덕적이고 비정상적인 일이라고 볼 수 있는가?

우리나라의 혼외자녀 출생률은 1.5%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다. 하지만 미국이 38.5%, 프랑스나 노르웨이, 스웨덴 등의 국가에서는 50%를 넘어서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사회적 시선에 의해 70% 이상의 미혼 임신 여성이 아이를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 결혼하지 않은 여성이 아이를 기른다는 것이 곧 사회경제적으로 가장 취약한 계층으로 떨어지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임신과 출산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거나, 가족 등과의 관계가 단절되면서 지지체계도 취약해지고, 사회적 지원서비스 또한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10대 미혼모의 경우 학업중단으로 인해 이후 자립을 위한 삶의 조건은 더욱 열악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 미혼모부자 거점기관은 건강가정지원센터에 시도단위로 1개씩 있어서 충분한 지원에 한계가 있으며, 청소년 미혼모를 위한 대안위탁교육기관도 전국적으로 15여 개소 정도에 불과하다.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고, 청년세대의 미팅을 정부에서 주선한다는 등 다양한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기 전에 이미 태어난 우리의 아이들이 보다 잘 자랄 수 있는 정책이 고려되어야 한다.

미혼모들이 아이를 키우는 것이 더 이상 자신의 삶 전체를 포기하며 걸어야 하는 선택이 아닌, 당연한 권리가 될 수 있도록 지원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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