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위기와 기회
[경제포커스]위기와 기회
  • 경기신문
  • 승인 2016.12.21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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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신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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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지영 한국은행 경기본부 기획조사부장

우리경제는 1960년대 경제개발을 본격화한 이후 숱한 경제위기를 헤쳐왔다. 우리경제에 닥쳤던 최초의 국내외 복합위기는 1973년 중동전쟁에서 비롯된 제1차 석유파동이었다. 당시 국제유가가 1년만에 배럴당 3달러에서 12달러로 폭등하면서 급격한 국내물가상승과 성장률 감퇴 및 무역수지 적자 확대 등의 경제위기에 시달렸다.

두 번째 경제위기도 1978년의 이란혁명성공 직후 이란이 석유수출을 중단하면서 촉발된 제2차 석유파동으로 시작되었다. 1979년 중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상승과 경기부진으로 타격을 입었던 한국경제는 1979년의 10·26사태 등 국내 정치상황의 악화가 겹치면서 1980년 중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심한 경제 불황을 겪었다.

세 번째 위기는 1990년대 한국정부가 금융자유화와 경제 개방을 목표로 가속 페달을 밟으며 현실화됐다. 1997년 초 한보부도를 시작으로 1997년 말 IMF 구제금융 신청에 이르기까지 당시 우리경제는 정책실기, 환율폭등, 기업도산, 대량실업 등 금융위기의 기본 패턴을 예외 없이 밟아가며 끝내 경제주권의 일부 상실이라는 결과마저 초래하였다.

네 번째 경제위기는 미국이 초래한 것이었다. 2008년 가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기반 한 자산유동화채권시장 붕괴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거의 실시간으로 세계 각국에 전염되었다. 당시 환율이 2007년 말의 달러당 902원에서 2009년 3월 1천574원까지 폭등하고 주가지수도 2007년 10월의 2천75에서 2008년 10월에는 939로 반 토막이 되었다. 2009년 중 성장률도 마이너스를 나타내었고 현재까지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지난 50여 년간 우리경제는 성장을 이어오면서도 대외충격과 내부 취약성이 겹치면서 각종 위기에 노출되어왔다. 그러나 경제위기는 이를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민간, 기업, 정부 등 경제주체들로 하여금 큰 폭의 경기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경제근육을 키울 수 있게 만들었다. 우리나라가 경제위기에 직면할 때마다 특유의 국민적 인내심을 바탕으로 위기극복에 필요한 해법을 모색하고 짧은 기간에 성장 모멘텀을 회복한 경험은 1980년대 이후 각종 경제위기의 후유증 때문에 여전히 장기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남미의 신흥국들이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회복이 요원해 보이는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웨덴) 등 다수의 EU 회원국들에 비추어보면 국제적으로도 드문 사례라고 평가 할 만 하다.

그동안 우리가 위기를 기회로 변전시킬 수 있었던 핵심요인은 먼저 ‘제대로 버리기’다. 2차 석유파동 직후 경제정책라인은 물가안정을 위해 종전의 경기부양정책을 과감히 버리고 통화재정분야 안정화와 중화학공업 구조조정을 택함으로써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제대로 열기’다. 1997년 위기는 역설적으로 우리경제가 국제시장에서는 신흥시장국인 ‘을’이라는 점과 제대로 준비된 개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했다.

세 번째는 ‘진짜 실력 기르기’다. 우리는 위기 속에서도 글로벌화를 진전시켰고 글로벌 무대에서 실력을 연마한 고급두뇌를 확보하여 우리 취약점을 보완하고 미래 전투에도 대비해 왔다.

끝으로는 ‘시스템 업그레이드’다. 정부의 각종 정책, 기업의 투자전략과 기술개발, 가계 재무구조의 수준을 질서 있게 끌어올려야 한다. 우리의 위기극복 과정은 이러한 시스템 고도화를 진전시켜온 역사이기도 하다.

최근 국내외 정치와 경제상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실 경제란 언제나 위기와 공생해야 하므로 위기관리는 정부와 기업 활동의 핵심요소 중 하나다. 우리경제가 그동안의 숱한 위기를 헤쳐오면서 체득해온 것을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하여 위기에 잘 대처한다면 이번에도 우리는 위기를 기회로 바꾼 모범사례 하나를 한국경제사에 추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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