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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가 필요한 위험인물들의 명단. 흔히 수사기관 따위에서 위험인물의 동태를 파악하기 위하여 마련한다. ‘감시 대상 명단’, ‘요주의자 명단’으로 순화돼 사용하고 있다.” 국어사전에 적혀있는 블랙리스트의 설명이다. 내용대로라면 명단에 올라 있는 인물은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사람을 뜻한다. 하지만 블랙리스트를 이렇게 이해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동안 정권유지 차원에서 정치적으로 워낙 많이 이용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1970년대 민주 노조 운동이 활성화되면서 이를 탄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들어진 ‘노동계 블랙리스트’다. 이는 위험인물 등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부당 해고된 노동자가 다른 사업장에 재취업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 노동부와 정보기관이 작성한 것이다. 그야말로 노동자의 생존권 박탈 명부나 다름없는 셈이었다.

물론 노동계 이외에 다른 분야에도 있었다. 특히 유신시절엔 다양한 명칭과 형태로 작성됐다. 그 중 하나가 대중가요 블랙리스트다. 김민기 ‘아침이슬’, 신중현 ‘미인’, 경찰이 불렀는데 안 돌아봤다고 해서 금지곡이 됐다는 송창식의 ‘왜 불러’까지 이유도, 원인도 애매한 ‘불온’이라는 딱지를 붙여 줄줄이 방송·공연을 금지시켰다. 1987년 해금될 때까지 186곡이나 그랬다고 하니 당사자들의 심정이 어떠했겠는가. 문공부에서 기자들에게 ‘프레스카드’를 발급했던 1980년대 전두환 정권 시절, 언론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사이비 언론인 및 언론기관 정화’라는 명분으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기자들을 순치시키는 데 사용했다.

엊그제 소문이 무성하던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의 집,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확보했다고 한다. 박근혜 정부 출범부터 논란이 뜨거웠던 방송, 연극, 영화, 미술 등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그리고 일부가 공개됐다. 이번 자료에는 무려 9천473명이 올라 있다. 시중엔 “못 꼈어?”라는 유행어도 나돈다. 이에 대해 명단에 오른 고은 시인은 이렇게 일갈했다고 한다. “구역질나는 정부, 아주 천박한 야만”이라고.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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