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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새해맞이 넋두리

 

세월이 참 빠르다.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한해가 훌쩍 지나고 또다시 한해가 시작되었다. 나이 먹고 늙어 간다는 게 싫지만은 않아도 왠지 지난 연말은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어수선한 분위기였기에 한해의 마무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새로 시작하는 새해 벽두부터 머리가 복잡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날씨가 푸근한 것이 천만다행이다.

무더운 늦여름 더위도 해가 저물며 한풀 꺾여들 즈음이었다. 잘 아는 동네 부동산 사무실에 들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사십대 초 중반은 되어 보이는 여자분 둘이 열린 출입문으로 쑥 들어왔다. 사무실 주인과 잘 아는 듯 인사를 하기에 물어보니 한동네 산다며 하소연을 한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다음과 같은 이야기였다.

옆 동네에서 노인재가복지센터를 운영하는데 청평에서 꼭 하고 싶어 장소를 물색하러 며칠째 다녀도 마땅하지가 않단다. 노인재가복지센터 설립 승인 요건에 맞는 건물을 찾고 있는데 아는 곳이 있으면 소개 해달란다. 갖추어야할 요건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보니 찾기가 쉽지 않은 조건이었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불쑥 지어줄까요 하니 위치가 어딘데요 한다. 어디 어디라 설명을 하니 좋아 보인다며 가보자 한다. 어둠이 살짝 내려앉는 시간인데도 괜찮다며 가보자며 일어서기에 따라 일어서서 앞장을 섰다.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듯 했다. 서둘러 건축 설계사무소에 의뢰를 해서 허가조건 등을 검토하고 이상이 없기에 건축 허가를 신속히 진행하여 허가를 내고 건축업자를 선정 10월 말일 날 계약서를 썼다. 빠르면 11월 말쯤 준공이 되고 늦어도 12월10일까지는 책임지고 준공해준다는 약속의 계약서를 작성했다. 건축비가 염려가 되었으나 농협을 통해 이미 준비가 된 상태라 이제는 건물을 짓기만 하면 되었다.

그러나 11월 말에는 완공이 된다는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고 책임 준공 시한도 그냥 넘어갔다. 겨울공사는 안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늘 해오던 터라 11월 말이란 달콤함이 설마를 붙들고 나를 한겨울로 내몰지는 몰랐다. 공기가 늦어지니 임대차 계약을 한 측에서도 가만히 있을 리 만무다. 아직도 공사 중이니 그들도 답답해하고 매일같이 내게 책임을 묻는 말을 해온다.

건축업자 말로는 이달 15일쯤이면 마무리가 된다고는 하는데 설계 사무소 측에서 오늘 나와 보고는 이달 안에 마무리가 될지도 의문이라는 말을 남기고 가는데 새해 벽두부터 답답한 마음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요즘 날씨가 겨울날씨 치고는 푹해서 작업 진행이 된다는 사실이다. 추운데서 일하는 것이 힘들 것 같아 이른 아침이면 작업 인부들이 출근하기 전에 현장에 나가서 불을 피워놓고 출근하는 인부들에게 따끈한 커피 한잔씩 주고 안전사고 없도록 조심하여 작업하기를 주문하고 사무실로 나오곤 했다.

그런데 참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건축하는 분들의 생리가 그런지 건축일 하는 분들의 습성이 그런지 아니면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없거나 계약서를 잘못 작성을 해서 그런지 계약서 쓰기 전과 후에 말과 행동은 사뭇 달라지니 참 야릇하다는 생각이 든다. 말로만 들어오던 건축의 애로점이 이런 것이구나 싶어 씁쓸한 생각이 든다. 그래도 추운데 와서 고생하는 분들에게 심한 말을 할 수도 없고 그저 안전사고 없이 공사가 잘 마무리가 되기만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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