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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질이 까마귀를 즐겨 먹어서 매일 물 위에 떠 있다가 날아가던 까마귀가 이것을 보고 죽은 줄 알고 쪼면 곧 그 까마귀를 감아 물속에 들어가 먹었다. 해서 이름이 오적(烏賊)이다. 까마귀를 해치는 도적이라는 뜻이다.” 자산어보에 기록된 오적어(烏賊魚), 즉 ‘오징어’의 설명이다. 진짜 그렇게 ‘내숭’을 떨었는지 모르나 가끔 시중 수족관에 죽은 척 하는 오징어를 보면 일리가 있다 싶다.

오징어는 위급 상황이 발생하면 먹물을 내뿜어 자기방어를 하며 상대를 현혹시킨다. 그 먹물을 모아 글씨를 쓰면 색이 매우 윤기가 있어 과거 ‘먹’ 대신 가끔 이용했다고 한다. 오래되면 벗겨져서 흔적이 없어지는 단점이 있으나 바닷물에 넣으면 먹의 흔적이 다시 살아나 그랬다고 한다. 특히 탐관오리는 장부를 조작할 때 오징어 먹물을 자주 썼다고 한다. 시간이 흐르면 색이 빠져 장부에 쓴 글은 감쪽같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말이 오적어묵계(烏賊魚墨契)다. 믿기 힘들고 지켜지지 않는 약속, 사람을 간사하게 속이는 행위를 표현할 때 사용한다.

사실 오징어는 귀한 대접을 받지 못했다. 1년생으로 수산물 가운데 비교적 수명이 짧고, 발이 10개나 되며 빨판이 있는 등 생김새가 요상해서다. 특히 사람이나 큰 고기를 보면 ‘먹물’을 갑자기 내뿜어 더욱 그랬다. 하지만 맛이 좋고 영양도 풍부해 다양한 요리와 간식으로 변신, 우리나라 대표적 서민 어류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중에서도 말린 오징어는 인기 최고다. 물론 연근해 특히 동해에서 많이 잡히고 값이 저렴했던 것도 원인이지만.

요즘 부쩍 오징어의 씨가 말라 가고 있는 모양이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 연근해에서 잡힌 오징어는 역대 최저치인 11만2천t 정도다. 10년 전 23만3천t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명태처럼, 우리 바다에서 아예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수온이 높아지고, 북한으로부터 조업권을 산 중국 어선들이 북쪽 동해의 해산물을 싹쓸이하는 바람에 남쪽 어장까지 황폐해져 그렇다고 한다. 안 그래도 국내산 오징어 ‘얼굴’보기가 힘든 요즘인데 걱정스럽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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