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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년 첫 산행이다. 대관령 버스주차장에서 출발하여 두 시간 남짓 산을 올랐다. 새해들어 처음 산행인 때문인지 만나는 사람마다 반갑게 주고받은 덕담이 좋다. 서로에게 건강과 행복과 만사형통을 빌어주는 마음이 아름답다.

적당히 스미는 한기와 무릎을 훌쩍 넘게 쌓인 눈을 밟으며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마음마다 한 해에 대한 기원과 희망으로 가득 찼다. 눈부시게 빛나는 상고대와 뽀드득거리는 눈이 일행들의 땀방울에 웃음이 되고 힘이 된다.

누군가 던진 실없는 한 마디에 산은 한바탕 웃음꽃이 피고 앞서간 일행이 보내는 신호에 산은 메아리로 답한다. 쌓인 눈을 버티며 산은 벌써 봄을 준비하고 있다. 잎 떨군 가지에 작은 망울이 돋기도 하고 딱히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산이 가벼워진 느낌이랄까 아무튼 산이 조금씩 두꺼운 옷을 벗어내고 있음은 틀림없다.

정상은 웅장하고 평온했다. 능선과 능선을 마주하고 어깨와 어깨를 내주며 서로에게 닿지 않도록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나무들, 가지가 포개지지 않도록 거리를 지키는 지혜는 어떻게 배웠을까 잠시 생각도 해본다.

하지만 산이 늘 순한 것만은 아니다. 화가 나면 산 꾼들의 발목을 걸기도 하고 가끔은 바위를 굴려 큰 시위를 하기도 하지만 바람을 불러들이고 햇살을 끌어들여 이룬 조화가 참으로 경이롭다.

그 안에서 짐승을 키우고 식물을 키워내면서 제 몫의 자연을 지켜내고 또 내주는 파수꾼이 산이고 나무다. 하여 산을 오르다보면 경건해지기도 하고 가끔은 산이 되고 나무가 되어도 좋겠다는 욕심을 내보기도 한다.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몰아쉬며 산을 찾는 이유가 그 때문인지도 모를 일이다.

산에서 만난 사람들은 순하다. 처음만나는 사람도 서로 인사를 나누고 안전산행을 기원하기도 한다. 먹을거리를 함께 나누기도 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서슴없이 손을 내밀어 주는 것을 보면 산이 사람을 편안하게 해주고 여유를 찾아주는 것 같다.

도심의 거리에서 누군가가 안녕하시냐고, 반갑다고, 길이 미끄러우니 조심하라고 인사를 건네면 고맙다고 느끼기 보다는 이상한 사람이 아닐까하고 색안경을 쓰고 보게 되는데 산에서는 서로 인사를 나누고 챙기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을 보면 자연 앞에서 얼마나 부질없고 작은 존재가 우리들인가를 느끼게 된다.

사진틀을 끼우면 한 장의 풍경화로도 손색이 없을 풍광 앞에서 말이 필요 없다. 그저 산 아래 모습 바라보며 큰 호흡 한번이면 흘린 땀에 대한 보답이 아닐까 싶다. 산에 내주고 올 것은 땀방울이고 얻어올 것은 건강이다. 잠시 쉬었던 자리 말끔하게 정돈하여 뒷사람에게 내주고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하산하면 그것이 산에서 받은 선물이다.

요즘처럼 한 치 앞도 가늠하기 어려운 세태도 무릎까지 눈이 덮이면 순백의 세상으로 정돈될 수 있을까. 숨이 턱까지 차게 힘든 세상사도 저 눈 속에 묻어두면 잠시라도 가벼워질 수 있을까 하는 부질없는 생각에 걸음을 묶어두기도 한다. 대부분 사람들이 새해 첫 태양을 보면서 혹은 어떤 자리에서 새로운 다짐과 계획을 세웠을 것이다. 비록 계획이, 목표가 실현될 수 없을 지라도 조금은 나은 미래를 위해, 조금은 더 발전된 자신을 위해 열심히 뛰어서 자신이나 가족에게 혹은 지인에게 수고했다고 마음 하나쯤 건넬 수 있는 그런 새해이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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