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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작은 일에서 청렴을, 청렴에서 안전을

 

조선후기의 문인 정홍순 선생은 여름철이 되면 늘 남을 배려하여 입모(비가 올 때 갓 위에 덮어 쓰던 물건)를 2개 준비했다. 입모 하나는 본인이 쓰고 또 하나는 다른 이에게 빌려주었다 돌려받곤 했다.

어느 날 한 선비에게 입모를 빌려주었는데 며칠이 지나도 돌려주지 않자 선생은 그를 찾아갔다. 빌려준 입모를 돌려받으러 왔다고 하니 도대체 입모가 몇 푼이나 한다고 여기까지 왔냐며 면박을 당한 일이 있었다.

조선 영조 38년 정홍순 선생이 호조판서로 재직하며 당대 최고의 재정관으로 명성이 자자할 때 좌랑(정6품 관직)에 새로 임명받은 이가 찾아와 인사를 올렸다. 그는 바로 20년 전 입모를 빌려갔다가 돌려주지 않은 그 사람이었다.

선생은 작은 일에도 신의 없는 이가 재정관리자로 무슨 일을 하겠느냐며 그를 꾸짖어 돌려보냈다는 일화가 있다.

청렴은 한자로 맑을 청(淸), 청렴할 렴(廉)이라고 쓰며 이는 성품이 고결하고 탐욕이 없음을 의미한다. 청렴에 대단히 큰 뜻이 담겨있는 것은 아니나 우리는 간혹 청렴을 거창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인다.

청렴이 뇌물 수수나 업무관련자에 대한 편의제공 같은 노골적인 일들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청렴은 일상적이고 당연하다고 인식되는 작은 일에서 출발한다. 비록 사소한 것일지라도 작은 일에서부터 하나씩 바르게 실천할 수 있다면 그것이 청렴의 근본인 것이다.

우리는 각종 매체를 통해 청렴성과 도덕성이 높은 국가일수록 부강하고 대외경쟁력이 높다는 사실을 접한다.

실제로 국제투명성기구는 한 국가의 부패인식지수가 1포인트 올라가면 국내총생산(GDP)는 0.5%, 평균소득은 4%까지 상승한다고 보고한다. 청렴은 작은 일에서 출발하지만 국가의 위상과 경쟁력을 결정짓는 커다란 결과를 불러온다.

동남아시아의 작은 국가인 싱가포르에는 모기가 별로 없다고 한다. 설계·구조변경을 요구하는 건설사의 로비와 뇌물공세에도 그 나라 공무원들은 눈도 꿈쩍 하지 않는다. 기존에 수립한 계획을 토대로 작은 일에도 철저를 기해 시행에 옮겨 불필요한 경사가 지는 곳도 없으며 하수구에 물이 괴는 곳도 없다.

작은 계획을 소중히 여겨 물이 고이는 곳조차 용납하지 않는 국가가 안전사고 예방은 또 소방시설 설치에는 얼마나 많은 관심과 마음을 쏟을까. 그들에게 자연히 믿음이 생긴다.

대한민국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꾸준한 성장으로 세계 곳곳에 한류문화를 화려하게 꽃피워왔으며 경제적으로는 선진국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제 우리는 경제력과 문화적 수준에 걸맞은 안전 의식과 청렴성을 갖추어야 한다.

안전과 청렴은 어렵고 거창한 무언가를 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살아가는 모든 생활공간에서 나보다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하고 작은 일에도 성심을 다해 떳떳한 마음으로 임한다면 그것이 곧 청렴이고 안전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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