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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의 世上萬事]이재용 부회장은 불쌍(?)한 사람일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결국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지난해 검찰은 11월 최순실씨 등을 기소하면서 삼성을 비롯한 기업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강요에 따라 돈을 낸 피해자라고 했으나 특검은 이번에 ‘뇌물공여 피의자’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에 따라 대기업들이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774억원도 뇌물로 함께 수사를 받게 됐다. 특검은 그러면서 이는 분명 기업에 대한 수사가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등의 혐의를 규명하려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충격에 휩싸인 삼성 등 재계는 재단 출연금을 뇌물로 본 것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 하고 있다. 변호사 등 30여 명으로 구성된 국내 최강이라 불리는 삼성의 법무팀조차 허를 찔렸다. 그동안 이건희 회장 등이 검찰의 수사를 받아온 적이 있지만 총수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적은 한 번도 없을 만큼 막강했던 신화가 깨지고 만 것이다. 외신의 반응도 뜨겁다. “구속되면 삼성그룹은 리더십 공백에 직면하고 삼성의 재정비 계획도 늦어질 것(월스트리트저널). 삼성이 오랫동안 쌓아왔던 브랜드의 가치가 실추 위기를 맞았다. 구속되면 그룹경영 타격이 불가피하다(요미우리신문)”는 우려에다가 뉴욕타임스는 “구속될 경우 ‘부패재벌’ 척결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삼성은 재단에 출연금을 내는 과정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이야기가 없었고, 오로지 최순실 측의 강요와 협박이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영장실질심사 과정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어떻든 글로벌기업이자 국내 최대 재벌기업의 하나인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 청구는 그 자체만으로 메가톤급이다. 삼성이 우리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은 너무나 막중하기에 더욱 그렇다. 게다가 이건희 회장은 몇 년째 병석에서 거동조차 하지 못 하는 상황이어서 이재용 부회장이 리더십을 키우고 경영권을 이어받으려는 중요한 시기다.

삼성은 연초 인사를 올스톱했다. 새해 경영계획 발표도 마찬가지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이 집행된다면 삼성전자는 물론 우리 경제 전반에 걸쳐 곧바로 들이닥칠 파장에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계가 전전긍긍한다. 삼성전자가 그동안 보여왔던 많은 부정적인 시각은 제쳐두고라도 국내 간판기업으로서 세계 시장에서의 비중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재계는 물론 중소기업들까지 나서 이재용 부회장의 불구속 수사를 즉각 촉구하고 있는 이유다.

구속된다 해도 유죄가 확정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법조계나 우리 사회에서는 구속이 주는 의미는 크다. 영장이 발부돼 쇠고랑을 차고 구치소로 가는 모습을 드러낸다면 영락없는 죄인 취급을 받기 때문이다. 검찰 역시 구속을 수사에 있어 절반 이상의 성공으로 인식한다. 영장발부를 놓고 판사와 신경전을 벌이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오늘 법원은 구속여부를 결정한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경영권 승계작업에 큰 걸림돌이 될지도 모를 위기다. 1996년 에버랜드의 전환사채 문제로 시작된 승계작업은 삼성바이로직스 삼성생명 등으로 이어지면서 이번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성공을 통해 종지부를 찍는 듯 했지만 최대의 복병을 만난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의 입장에서 억울할 만도 구석도 있다. 단지 돈이 많다는 이유로 짊어져야 할 여러가지 사회적 책무가 그동안 곤혹스러웠기 때문이다. 얼핏 봐도 무례하고 무식하기 이를데없는 ‘강남아줌마’ 최순실과 사리분별없는 대통령 두 사람의 겁박(?)이 어찌 할 수 없는 이같은 사태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아버지를 몇 년째 병석에 두고 지천명인 나이에 모든 걸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갖은 고난속에 이루어놓은 거대 재벌을 계승하며 겪는 성장통치고는 매서운 추위만큼이나 혹독하다고 느낄 것이다. 대한민국 재벌의 황태자로서 자신의 삶조차 자유스럽지 못했을 그이기에, 수백 조원 규모의 기업을 이끌어야 하는 무게를 감당하기엔 남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고민도 많을 게다. 그래서 매서운 추위에 떨고 있는 서민들은 차라리 그를 불쌍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를 일이다. 오늘 법원은 나라의 경제와 사법정의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 국민 모두가 궁금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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