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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잔밑 어둡다’ 놀리지 마소 내 밑동은 컴컴해도 온 세상 비추었으니…

 

 

1969년 수원 고등기전시관서 시작
3대 걸쳐 모은 수집품, 일반인 공개

1층엔 사랑방·찬방 등 그대로 재현
2층 전시장엔 등잔의 변천사 한눈에
3층엔 특별전시장·공연장으로 꾸며

매년 기획전·교육프로그램 등 운영


용인시 모현면 한국등잔박물관

동물성·식물성 기름, 석유 등을 연료로 한지, 솜, 노끈 등의 심지에 기름을 먹여 불을 켜는 등잔은 오랜시간 밤을 밝히고 일상생활을 가능하게 한 중요한 도구였다. 등잔은 전세계적으로 쓰였지만 생활방식에 따라 다른 형태로 전해져 내려온다. 온돌생활을 했던 우리나라는 바닥에 앉은 채 바느질이나 책읽기가 가능하도록 눈높이에 맞춰 등잔을 둘 수 있는 등잔대가 함께 쓰인 것이 특징이다. 등잔대는 우리나라에서 주로 사용했으며 실용적이면서 예술성도 갖추고 있어 보존할만한 가치가 있다. 불교가 성행했던 고려시대에는 염주를 본뜬 등잔대가 등장했으며, 조선시대에는 받침을 연잎형태로 꾸며 미적인 완성도를 높이거나 등잔 옆에 나비형태의 장식을 달아 바람으로부터 불을 보호하면서 시각적인 아름다움도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다양한 등잔대를 사용했다.


 

 

 

등잔은 지금의 전등처럼 생활에 없어서는 안되는 도구였기 때문에 양반부터 일반 백성까지 두루 사용, 다양한 형태로 전해진다. 그러나 생활용품이었기 때문에 가치있는 유물이라기 보다는 단순한 골동품으로 인식돼 온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저평가된 등잔의 가치를 재고하고, 많은 이들에게 아름다움을 알리고자 문을 연 특별한 박물관이 있다. 용인시 모현면에 위치한 한국등잔박물관이 그곳이다.

1969년 수원에 있는 한국고등기전시관에서 시작, 1997년 지금 자리에 한국등잔박물관을 개관했다. 김동휘 관장에 이어 2001년 김형구 관장이 취임해 2대째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취미로 골동품을 모으기 시작해 3대에 걸쳐 80년간 수천점을 수집했고 단순한 유물이 아닌 우리 조상의 가치있는 삶을 배울 수 있는 자료들을 모아 이를 사회에 환원하고자 박물관을 설립했다.

모현면 초입, 호박등불마을을 상징하는 호박 모형을 지나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대로변을 따라 십여분 걷다보면 고즈넉한 정몽주 묘를 발견, 고개를 돌려 오른쪽에 수원화성 공심돈을 닮은 건물이 눈에 띈다. 바로 한국등잔박물관이다. 주변 풍경에서부터 옛 정취가 가득한 한국등잔박물관은 내부 역시 시골집에 온듯 정겨운 풍경으로 꾸며져 있어 관람하는 몰입도를 높인다.
 

 

 


지하 1층과 지상 3층으로 구성돼 있으며 1층 전시장은 ‘생활 속의 등잔’을 주제로 우리 조상들의 삶 속에서 등잔이 어떻게 쓰였는지를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재현했다. 부엌, 찬방, 사랑방, 안방 등의 공간을 그대로 꾸며 현실성을 높였다. 바느질 거리와 화장대가 놓인 사랑방은 화로까지 갖추고 있어 양반집 규수가 머물다 잠시 자리를 비운 듯하다. 자수가 새겨진 붉은 방석 옆에 놓인 나비 모형의 등잔대는 지금 사용한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만큼 세련된 디자인으로 눈을 사로잡는다.

2층 전시장은 역사 속의 등잔은 등잔의 변천사를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도록 각 시기의 대 표적인 등잔들을 재질 및 용도에 따라 구분했다. 화려한 장식의 장인 작품에서부터 서민들이 깎아 만든 소박한 것까지 다양한 등잔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사극에서 많이 등장하는 직사각형 모양의 휴대용 등을 비롯해, 조선시대 순라꾼들이 밤에 순찰을 돌때 발을 비추던 조족등도 전시됐다. 특히 종이를 견고하게 엮어 모양을 만든뒤 옻칠로 마무리한 등잔대는 몇 백년이 지난 지금도 형태나 색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조상들의 지혜와 솜씨를 엿볼 수 있다.

3층 특별전시장은 주제와 관련된 다양한 박물관 소장 유물을 보여주기도 하고, 공연장으로 활용한다. 지하에는 교육장을 꾸며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 및 강의들을 운영하고 있으며, 야외 전시장은 연자매, 물확, 돌확, 맷돌, 석등 등 다양한 석물을 관람할 수 있다.

한국등잔박물관은 매년 1회이상의 기획전시를 개최, 소장품을 비롯해 다른 기관과 협력해 다양한 유물들을 소개하고 있다.

조상들이 쓰던 자물쇠와 열쇠를 통해 전통적인 미의식을 살펴볼 수 있는 ‘조선시대 쇳대와 금속 등잔’ 전시(2011)를 비롯해 ‘우리의 불그릇 등잔’(2014), ‘한국 도자의 빛속을 거닐다’( 2015) 전시를 개최했다.

지난해에는 ‘농기구 특별전’을 통해 먹고 살 수 있는 생활을 가능하게 해줬던 농기구들이 현대에 다시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으며 전시와 연계한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해 신석기 시대 초기 농경부터 농업의 역사 속에서 농기구의 형태와 쓰임새에 대해 알아볼 뿐 아니라 24절기 농사법에 대해 배워보는 시간을 가졌다.

교육프로그램도 알차게 운영된다. ‘길위의 인문학’을 비롯해 ‘반딧불이와 떠나는 빛의 여행’, ‘반디아씨 시집 가는 날’, ‘등잔마을 반디가족 탄생’ 등 꿈다락토요문화학교를 운영하고 있으며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역사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박물관 인근 벽지 초등학교에서 MUSEUM+ART 부를 운영, 전문가가 직접 학교를 찾아 아이들의 문화예술 활동을 돕는 프로그램도 기획했다.



 

“등잔, 역사적 가치 높은 선조의 생활용품”

김형구 한국등잔박물관 관장


“등잔은 생활에 없어서는 안되는 물건이었기 때문에 어느 유물보다도 탁월한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예술적으로 가치있는 등잔을 한국등잔박물관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국내 유일한 등잔 전문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 김형구 관장은 이같은 자부심을 드러냈다.

80여년전 김 관장의 조부 때부터 모으기 시작한 골동품은 어느새 몇천 여 점에 이르렀고 이를 전시한 1969년 고등기전시관에 이어 1997년 한국등잔박물관으로 용인에 문을 열었다. 단순히 골동품이 아닌 역사적 가치가 있는 유물들을 수집하고자 했고 때문에 돈이 되는 그림이나 도자기가 아닌 등잔에 집중했다.

김 관장은 “수원에서 병원을 운영했던 조부께서는 예술쪽에 조예가 깊어 가치있는 물건을 볼 줄 아셨다. 주로 수집가들은 돈이되는 것들을 사들이지만 돈이 안되는 등잔을 주로 수집했다”라며 “그림은 없어도 살 수 있지만 등잔은 인간이 기본적인 삶을 영유하는데 꼭 필요한 물건이었다. 삶과 밀접하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이를 모으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취미로 시작했던 수집이었지만 가치있는 물건들을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자 했고, 특히 선조들이 직접 사용했던 도구들이 아이들에게 교육적 자료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박물관을 개관한다. 뿐만 아니라 수집한 물건이 잘 쓰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시작한 박물관은 1999년 재단법인화하면서 온전히 후대에 물려주게 됐다.

김 관장은 “골동품을 모아놓고 보니 이것들이 누구의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결국 조상들이 만들어 놓은 물건들이니 후세에 물려주는 것이 맞다고 판단해 박물관을 짓기로 결심했다”라고 말했다.
 

 

 

 


매년 소장품을 활용한 기획전시를 비롯해 양질의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등잔박물관은 2004년 제1회 대한민국문화유산상 대통령상 수상을 비롯해 2013년 박물관 활성화 대통령상 수상, 2016년 경기도 지원 사업 모범사례 선정관으로 선정되며 조상들의 삶과 지혜를 전하는 박물관으로서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김 관장은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박물관을 오랜시간 잘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라며 “선조들의 손때가 묻은 물건들을 보면서 솜씨와 지혜를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를 바탕으로 현재를 윤택하게 살 수 있는 혜안을 얻어갈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민경화기자 m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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