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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칼럼]권력중독자와 국민의 반정(反正)

 

미국 제2대 대통령 존 애덤스는 요람에서 무덤에 이르기까지 두드러지는 인간의 본성은 바로 우열함에 대한 욕망이라고 했다. 병적 중독자는 정신병질자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권력중독자는 보통사람과 구분해 주는 특성은 좀 더 높은 수준의 지배력과 지위를 얻기 위해 필요하다면 종종 도덕이나 윤리, 예의, 상식마저 무시한 채 물불을 가리지 않는 자동적이고 본능적인 욕구이다. 사람은 누구나 조금씩이나마 권력중독자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권력중독자의 강도가 심해지면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이 비뚤어지고 균형감각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러면 권력중독자의 요소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 강도를 결정하는 데는 밀어내기라는 요소와 끌어당기기라는 요소가 있다. 밀어내기요소는 결과의 기대를 개인이 적절하게 행동할 경우 원하는 보상 또는 강화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한 기대에 부응하는지 아닌지 여부에 따라 생성되는 보상적 정서 또는 처벌적 정서의 강도가 높아진다.

끌어당기기 측면은 사람마다 보상수준이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적용될 수 있고 어떤 삶은 다른 이들을 을러대고 협박할 때 도취감을 느끼게 해준다. 쾌감문턱이 높으면 높을수록 다른 이들에게 으름장을 놓고, 고통을 주고 위세를 부림으로써 쾌감을 맛본다. 이러한 불균형 상태는 정신병질자, 가학성애자, 자기도취자, 편집성환자에게도 찾아볼 수 있는 특징이다. 특히 극단적인 권력중독자는 끝내 자기 파괴자인 결과를 초래한다. 정치만이 아니라 프로스포츠계의 스카웃제도와 협회의 전횡이 그 한 예가 될 수 있다. 배움이 있는 대학사회의 교수도 전투적이다. 다른 이들의 연구를 깎아내리거나 발표를 고의로 방해하고 비난하기도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경쟁자에 대하여 우위를 점하고 동료들 사이에서 경쟁자의 지위를 격하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한고조 유방의 처인 여후, 서태후는 당나라의 측천무후와 함께 중국 3대 악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청나라는 서태후가 사망한 후 3년 지나 신해혁명으로 멸망했다. 그러나 서태후는 보수파의 수장으로 권력만을 추구해 정국을 혼란스럽게 하고 사치스러운 생활로 국가 재정을 좀먹어 결국 나라를 멸망하게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우리 역사도 이를 방증한다. 역사 속의 어느 계유년, 난세인 적이 있었다. 왕위 계승 자격이 없는 왕자가 무리 100여명을 데리고 이 나라를 삼켰는데, 그게 바로 계유정난이었다. 그에 앞서 태종도 그랬고, 그 후에 중종반정이나 인조반정도 결국 왕위를 찬탈한 역모였다. 그러나 유독 계유정난으로 왕위에 오른 세조는 욕을 많이 먹는다. 어린 조카 단종을 죽였다는 원죄 때문이다. 계유정난 같은 정변과 비슷하지만 못된 군주를 신하들이 끌어내릴 경우 이는 역사에 ‘반정’이라는 이름으로 기록된다. 연산을 폐위시킨 중종반정과 광해군을 몰아낸 인조반정이 그렇게 불린다. 이는 분명 역모이되, 정당성과 명분을 받았기에 그것을 정당한 정치적 혁명행위로 인정하는 것이다.

열린사회와 희망을 가져올 우리의 새 지도자는 누구일까. 각자 냉철한 눈으로 돌아봐야 할 것이다. 역사의 평가라는 게 결국 승자의 논리를 반영한 사관의 붓놀림에 달린 게 아니냐고 지적한다면 그 또한 맞는 얘기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백성들의 민의까지도 역사가들이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역모와 반정의 차이는 그 시대 대중들의 공감을 얼마나 얻었느냐에 따라 차이가 갈릴 수밖에 없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절차는 급물살을 타고 있고, 특검의 칼날이 곳곳에서 춤을 춘다. 다만 이번에는 권력자들의 싸움이 아닌 국민들이 일으킨 반정이다. 반정(反正)은 잘못되고 비뚤어진 상태를 바르게 만든다는 의미다. 위정자들은 이 말을 되새겨 하루라도 빨리 이 나라를 제자리에 돌려놔야 한다. 깨끗하고 자랑스러운 역사를 남기기 위해서,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기 위해서, 모호한 변명만을 늘어놓는 내부자를 찾아내 바로잡기 위해서 긴장의 끈을 내려놓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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