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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새 생명과 만나다

 

생후 17일된 아기와 만났다. 모유를 먹고 막 트림을 끝낸 신생아, 강보에 쌓인 채 잠자는 아기가 천사같다. 가끔 기지개도 켜고 입도 오물거린다. 만지면 부서질까 감히 손을 댈 수가 없다.

조카가 출산을 했다. 산후조리원을 막 나와 친정으로 몸조리를 하러 온 것이다. 아직 어린 산모는 얼굴에 부기가 남아있고 회복이 덜된 듯 푸석푸석하다. 우는 아기를 안고 쩔쩔매는 모습이며 기저귀를 갈아주는 손길이 조심스럽다.

엄마를 쏙 빼닮은 아기다. 신기하다. 닮은 모습이 신기하고 배냇짓이 신기하다. 새 생명을 얻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건강하게 태어난 준 것이 얼마나 감사한가.

잠자는 모습을 한참 들여다본다. 아직 솜털이 가시지 않는 피부와 가지런한 입술 오뚝한 코 정말 예쁘고 작다. 성선설을 주장한 맹자와 성악설을 주장한 순자의 말씀도 있지만 나는 성선설을 믿는 편이다. 저렇게 맑고 순수한 모습에 어디 나쁜 기운이 있겠는가 싶다.

나도 저 나이에 부모가 되었다. 타지에 나가 살다보니 출산을 해도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고생을 많이 했다. 남편은 직장가고 혼자 아기를 돌보는 일이 버거웠다. 하룻밤이면 기저귀가 수북이 쌓였다. 밤새 아기가 칭얼거렸고 젖을 물려도 울었다.

아기는 땀을 뻘뻘 흘렸고 나도 힘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젖이 부족해서 아이는 배고팠고 빈 젖을 빨리자니 산모는 산모대로 힘들었나 보다. 왜 분유라도 보충해서 먹일 생각을 못했는지 지금도 안타까운 마음이다.

지금은 일회용 기저귀를 주로 쓰지만 그때는 천 기저귀를 썼다. 세탁기도 없어서 손빨래를 해야 했고 마당 공동우물가에서 기저귀를 빠는 일이 쉽지 않았다. 기저귀 몇 개 빨다보면 아기가 울고 젖 물리고 보면 같이 잠이 들곤 했다.

기저귀가 잘 마르지 않아 연탄아궁이에서 말리기도 했다. 아이 낳고 사흘 만에 부엌에 나왔으니 산후조리는 사치였다. 우는 아기를 안고 밤새 쩔쩔매고 기저귀가 안 말라 고생했다. 세대도 많이 바꿨지만 지금 산모들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산후조리원에서 2주 정도 관리 받고 친정이나 시댁 혹은 산후도우미에게 도움을 받으면서도 힘들어서 둘은 못 낳겠다고 하소연할 때는 조금 얄미운 생각도 애처로운 생각도 든다.

하지만 출산의 고통을 잊고 나면 하나쯤은 더 낳고 싶은 욕심이 생길 거라고 말해준다. 육아문제며 교육문제가 힘들다고는 하지만 형제든 남매든 둘은 있어야 서로 의지하고 살기 때문이다. 나는 팔남매 속에서 자랐고 남편 또한 육남매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지만 부는 바람이야 어떻게든 비켜가는 것이고 힘겨움보다는 즐거움이 많다.

부모님은 여러 자식을 키우느라 고생이 많으셨겠지만 동기간 많은 우리들은 좋다. 각자 가정을 이뤘으니 지지고 볶으면서 살아간다. 여기저기서 즐거운 비명이든 힘겨운 탄식이든 쏟아져 나오지만 그것이 사람 사는 모습이지 않은가. 여러 형제다 보니 직업군도 다양하다. 교육자도 있고 자영업도 있고 기술직도 있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서로 돕고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예전 같지 않아 여러 자식 키우는 일이 쉽지는 않지만 최선을 다해 낳고 최선을 다해 기르면 그보다 더 큰 기쁨과 보람이 어디 있겠는가. 자식은 하늘이 주는 축복이고 행복이다. 정성껏 받아 건강하고 훌륭하게 키우는 것이 삶의 보람이고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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