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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듯 고운 눈썹 위에/달빛이 나린다/눈이 쌓인다/옛날의 슬픈/피가 맺힌다/어느 강을 건너서/다시 그를 만나랴/살 눈썹 길씀한/옛사람을/산수유꽃 노랗게/흐느끼는 봄마다/도사리고 앉힌 채/도사리고 앉힌 채/울음 우는 사람/귀밑 사마귀” 박목월 시인의 시구(詩句)처럼 요즘 경기도 이천의 백사면엔 수천 그루의 산수유가 한꺼번에 노란 꽃망울을 터드려 장관을 이루며 봄 마중이 한창이다. 꽃말이 ‘영원불변의 사랑’이어서 그런지 지난 주말엔 연인들도 대거 몰려 화사함을 한껏누렸다.

봄이면 노란 산수유꽃으로 뒤덮여 장관을 이루는 이천 백사면 산수유마을의 시작은 조선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 중종때, 조광조(趙光祖)를 따르던 선비 엄용순(嚴用順)이 기묘사화(己卯士禍)를 피해 이곳으로 낙향했다. 그와 뜻을 같이 한 다섯 명의 선비와 함께 이곳에 육괴정(六槐亭)이라는 정자를 짓고 주위에 느티나무와 산수유나무를 심은 것이 마을의 시초가 되었다.

육괴정과 느티나무를 뒤로 하고 원적산 자락으로 다가가면 돌담과 함께 줄줄이 서 있는 산수유나무 군락을 만나게 된다. 당시에 심은 나무에 개화한 꽃이 절정인 이 일대에는 수령이 5백 년 넘은 산수유나무 1만7천 그루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때문에 관광객들은 꽃은 물론 나무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다. 나무가 사오백 년은 족히 되다 보니 웅장해서다.

1000년 전 중국 산동성 처녀가 시집오면서 산수유 묘목을 갖고 와 심었다 해서 붙여진 이름,‘할머니 나무’(始木)가 있다는 구례 산동면과 산내면 산수유 단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처녀가 입으로 씨를 빨아낸 과육이라야 약효가 높다는 우스갯말도 있듯 산수유 열매는 한약재로도 쓰이는 건강식품으로 유명하다. 그러다 보니 지역 사람들은 고가인 이 열매를 팔아 자식들 대학등록금을 마련했다고 하는데 그래서 산수유나무를 '대학나무'라 부르기도 한다. 가지 끝에 우산살처럼 꽃자루가 펼쳐지고 그 끝에 작은 꽃이 피어나 만발을 이루고 있는 이곳은 올해 특히 지난 5년 새 가장 잘 핀 산수유꽃을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이번 주가 피크고 축제도 열린다고 하니 짬을 내도 괜찮을 듯 싶다./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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