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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을 치료할 방법이 거의 없던 1940년대 초반 미국 정신의학자 프란츠 칼만은 뉴욕주 정신병원에 등록된 쌍둥이 조현병(調絃病)환자 691명을 조사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유전자가 100% 일치하는 일란성 쌍둥이 환자가 이란성 쌍둥이보다 6배나 많았다. 또 부모 중 한 사람이 조현병이면 자녀의 8~18%, 부모 모두 환자면 15~55%에서 발병하며 모두 유전적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1978년 범죄자의 뇌를 집중 연구해온 미국 신경과학자 켄트 키엘은 방화, 강간 등 정신질환성 폭력범죄를 저지른 한 가족 세 형제의 염색체를 검사한 결과, 남성 모두에게 X염색체 돌연변이가 발견됐다고 발표했다. 켄트 키엘은 이 같은 X염색체 돌연변이가 뇌 이상을 초래해 폭력성을 갖게 된 것으로 추정하면서 일반인들의 뇌와 다르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적어도 이런 차이를 만든 요인의 50%는 유전자라고 밝혔다.

하지만 유전적 요인은 있다 하더라도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범죄율은 일반인보다 매우 낮다는 것이 보편화된 사실이다. 그리고 약물로 80%가 완치 또는 호전된다. 따라서 정신질환의 조기 발견 및 지속적 치료는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중증 환자가 치료받지 않으면 폭력성을 띨 확률이 일반인의 2~3배나 될 정도로 높다’는 조사결과가 있어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그중 10~20%는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상담 및 치료를 받은 정신질환자는 15%에 불과하다. 정신병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진료기록이 취업 등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과 ‘미치광이’라는 사회적 낙인 탓에 치료를 기피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엊그제 인천에서 8세 여아를 유괴 살해한 17세 소녀가 조현병을 앓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소녀 역시 망상, 환청, 난해한 언어, 정서적 둔감 등의 증상과 함께 사회적 기능에 장애를 일으키는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의 치료가 미미했고, 가책·후회 같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중증이었지만 별도 관리도 없었다고 한다. 보이지 않는 마음의 병을 방치한 ‘편견 있는 사회’가 만들어낸 비극이 아닐 수 없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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