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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부르는 그리운 놀이들 여기 다 모였네

 

문미옥 관장, 반평생 아동교육에 헌신

전통놀이, 자연공존·홍익인간 가치 담겨
“우리 고유놀이도 훌륭한 교육방법”

사라지는 전통놀이 지키려 박물관 건립
체험 프로그램 위해 교육실 넉넉히 갖춰
역사적 가치 높은 ‘조선승람도’도 소장

프로그램 운영장소 숲, 강제 수용 위기
“올해 박물관·숲 존치 노력에 매진”
학교 교육과 접목 위해 교사 연수도 주력


과천 아해한국전통문화어린이박물관

지난달 인기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다시보고 싶은 방송을 소개했다. 그 중 눈길을 끄는 방송이 있다. ‘명수는 12살’이다. 한발뛰기, 다방구, 딱지치기, 오징어놀이 등 추억의 골목놀이를 즐기는 출연진들의 모습에 대중들은 어린시절 친구들과 뛰놀았던 추억을 떠올리며 다시보고 싶은 방송으로 꼽았다. 값비싸고 화려한 장난감이 없어도 튼튼한 팔과 다리만 있으면 자연 속에서 하루종일 신나게 뛰놀았던 시절이 있었다. 잘 꾸며진 놀이터, 형형색색의 장난감이 가득한 키즈카페에서 노는게 당연해진 요즘, 자연속에서 뛰놀았던 시절이 그리운 것은 단순히 추억 때문일까. 과천에 있는 아해한국전통문화어린이박물관(이하 아해박물관)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 사람과 자연 존중하는 세계관, 전통 놀이에 담기다

아해박물관 문미옥 관장은 서울여자대학교에서 아동학을 가르치는 아동 교육 전문가다.

반평생을 아동 교육에 바친 문 관장은 최고의 교육방법으로 놀이를 꼽는다. 놀이를 위한 놀잇감 역시 마찬가지다.

 


“20대 혈기왕성한 교수였던 저는 아동 교육에 있어 서양이론만을 따르는 것이 안타까웠고, 우리 전통 교육도 좋은 것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전통놀잇감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장난감을 수집하면서 자연스레 전통 교육법을 공부했고, 현재 세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인간성 및 자연과의 관계 회복’의 가치를 우리 조상들은 5천년전부터 실천했음을 발견했다.

“우리 조상들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의 가치를 교육에도 담아냈다. 자연을 정복의 대상으로 삼았던 서양과 달리 자연과 공존하고자 했던 우리의 철학은 전통놀이, 놀잇감에도 반영됐다.”

 

삼라만상이 담겨있는 자연물은 하나도 같은 것이 없다. 따라서 자연의 것들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은 자연스레 자연의 이치를 발견할 수 있고, 창의성이 높아진다는 게 문 관장의 설명이다.



■ 조상의 혜안 담긴 전통놀이, 아해박물관에서 만나다

콩을 쪼개 만든 윷, 공기놀이에 사용된 돌, 도토리로 만든 팽이까지 아해박물관에서는 전통 교육관이 반영된 다양한 놀잇감들을 만날 수 있다.

문 관장은 품을 들여 놀잇감을 사모았지만 남

 

아있는게 많지 않았고, 자료 역시 부족했다. 전통교육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그것을 지켜야겠다는 사명감이 박물관을 짓겠다고 결심한 가장 큰 이유다.

문 관장은 “일본에 있는 팽이박물관에 들르니 88올림픽 기념 팽이가 귀하게 보관돼 있었다. 사소해 보이는 놀이라도 연구하고 자료로 남기는 일본을 보면서 우리만의 놀이문화를 남기지 않으면 사라질 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들었다”라며 “처음엔 전통문화교육진흥원을 계획했으나, 좀더 많은 분들이 찾아와 즐길 수 있는 박물관을 짓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박물관 1층은 전시실, 2층은 전시실과 산마루교실, 3층은 하늘창교실로 구성됐다. 체험프로그램이 주를 이루는 특성상 교육실을 넉넉하게 마련했다.

상설전시는 엄마뱃속놀이에서 시작된다. 뱃속에 있을 때부터 귀하게 여겨졌던 아이, 그리고 그 귀한 아이를 위해 만들어진 놀이들이 단순한 유희가 아닌 가장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교육법임을 전시를 통해 느낄 수 있다.

조선시대 태교법을 정리한 ‘태교신기’를 통해 태교문화가 우리나라에만 있음을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아기가 출생한 후 1년동안 한 사람이 한자씩 적어 천자를 완성한 ‘천인천자문’도 소개돼 조상들이 아이를 얼마나 귀하게 여겼는지 살펴볼 수 있다.

이 밖에 지역에 따라 다른 돌이 사용된 공기돌, 깨진 기와로 만든 기와팽이, 줄다리기의 전신인 쌍줄다리기 전시물도 만날 수 있다.

인상깊은 전시품도 눈에 띈다. 땅이나 종이 위에 말판을 그려 말을 많이 따거나 말 길을 막는 것을 다투는 고누놀이에 사용된 재료들이다.

사람 몸통크기의 돌판에 끌로 새긴 자국이 선명한 고누판은 문 관장이 직접 시골에서 찾은 것이다. 곳곳이 부식된 나무로 만든 장기짝 역시 세월의 흔적만큼이나 귀하게 찾았다는 게 느껴진다.

문 관장은 “고누는 바닥이나 널빤지, 돌을 판으로 이용하기 때문에 온전하게 남아있는 것이 거의 없다. 그나마 남아있는 것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여행을 다니며 굴러다니는 돌멩이와 나무조각을 유심히 살펴보는 습관 덕분”이라고 미소지었다.

이처럼 문 관장의 열정과 안목 덕분에 가치있는 유물도 여럿 소장하고 있다. 이중 ‘조선승람도’는 명승 유람지를 다니며 완성한 서양의 ‘부루마블’같은 놀이로, 잔존 유물이 많지 않아 역사적 가치가 높다.



 

■ 놀면서 배우는 교육 프로그램, 아이들 만족도 UP

놀이는 직접 몸으로 체험해 봐야 그 즐거움을 알 수 있는 법. 아해박물관은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이 마음껏 놀다 돌아갈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다.

올해는 팽이에 숨겨진 과학적 원리와 예술적 가치를 이해하고 놀이하는 ‘팽이, 과학과 예술이 만나다’를 비롯해 ‘절기야~ 나하고 놀자!’시간에는 ‘단오부채로 즐기는 제기차기’, ‘삼복더위를 가두는 고누놀이’, ‘한가위 소망을 담은 문자팽이’, ‘작은 설 동지에 즐기는 연 놀이’를 체험할 수 있다.

12월까지 매월 마지막주 수요일에는 박물관 상설전시 관람과 ‘우리 모두~ 승경도 한 판 놀자~!!’ 프로그램이 무료로 진행된다.



몇시간 동안 둘러본 아해박물관은 ‘어린이박물관’이라는 이름이 무색할만큼 어른에게도 흥미로운 공간이었다. 문 관장은 “실제로 어린이박물관이란 말에 아이들만 안으로 들여보낸 부모님들은 어느새 전통놀이에 빠져 본인이 아이에게 직접 가르쳐주겠다고 나서는 일이 많다”며 웃었다.

어른과 아이가 격없이 웃으며 놀다갈 수 있는 공간, 웃음이 있는 박물관이라는 점이 이 곳의 가장 큰 매력이다.

문 관장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택지개발 사업으로 야외 놀이 프로그램을 운영했던 숲이 강제수용당할 위기에 처했다. 올해는 박물관과 숲을 존치시키는 데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박물관 운영만으로는 전통놀이를 널리 보급하는 게 어렵다. 따라서 전통 놀이를 학교 교육에 접목할 수 있도록 교사연수에도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시 및 교육 문의: 02-3418-5501)

/민경화기자 m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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