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대선부터 여론조사가 도입된 이래 선거마다 여론조사 홍수다. 이번 대선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양적 팽창만큼 질적 개선이 이뤄졌는지 의문이다. 조사기관마다 엎치락뒤치락 하고, 후보 간 지지율이 10% 포인트나 차이가 나서 그렇다. 그러니 못 믿을 여론조사란 소리를 듣는 것도 무리가 아닌 듯싶다.

예측이 이러다 보니 여론조사 결과 또한 걸핏하면 틀린다. 누가 어떤 질문을 하는지, 설문대상이 누구인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조사 기법 때문에 기관마다 과학화에 주력하고 있지만 오차를 줄이기는 고사하고 정 반대의 결과도 자주 나온다. 요즘엔 컴퓨터에서 무작위로 전화번호를 생성한 뒤 전화를 걸어 전화번호부 미등록 가구까지 조사하는 ‘RDD 방식’이 개발됐지만 역시 오답은 다반사다.

전문가들은 표심을 정확히 반영하는 표본 설정이 어려운 데다 설상가상으로 본심을 감추는 유권자들, 즉 ‘숨은 표’가 점점 늘고 있어서라고 한다. 또 자신의 의견이 주류에 속한다고 여기면 주저 없이 밝히지만 소수라고 판단되면 침묵하는 이른바 ‘침묵의 나선 이론’도 오류를 범하게 하는 또 하나의 원인이다. 이들은 마지막에 한 방향으로 몰려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게 한다.

‘침묵의 나선이론’은 SNS상에서 왜곡된 쏠림현상을 불러 오기도 한다. 통상 진보가 주류 담론인 시기에는 보수가 침묵하고, 보수가 주류 담론일 때는 진보가 침묵한다고 해서 그렇다. ‘모종의 분위기상 압력’ 때문에 나타나는 이런 현상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때 오류는 더욱 심해진다. 이밖에 거짓응답을 뜻하는 ‘브래들리 효과’와 조사에 전략적으로 응답하는‘역선택’도 여론조사와는 정 반대의 결과를 가져오는 복병들이다.

5·9 대선이 중반으로 치닫는 최근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여론조사가 쏟아지고 있다. 아울러 대선 레이스가 거듭 될수록 후보마다 여론조사의 예측에 따라 희비의 등락폭도 커지고 있다. 여론조사에 울고 웃는 대선 주자들 1위를 빼곤 모두 이런 마음은 아닐까? ‘여론조사는 믿을게 못돼! 그리고 우리 유권자들은 속내를 감추는 데 능숙해.’ /정준성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