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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황금찬은 ‘5월의 노래’에서 이렇게 읊었다. “언제부터 창 앞에 새가 와서/노래하고 있는 것을/나는 모르고 있었다/심산 숲 내를 풍기며/5월의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나는 모르고 있었다/저 산의 꽃이 바람에 지고 있는 것을/나는 모르고/꽃잎 진 빈 가지에 사랑이 지는 것도/나는 모르고 있었다/오늘 날고 있는 제비가/작년의 그놈일까?”

굳이 이 같은 표현을 빌리지 않아도 5월하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이 초록빛 서정으로 물든다. 시인들이 앞 다투어 5월에 대한 상념을 노래한 것은 인간에게 위안과 기쁨을 주며, 세속적인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과 온전히 하나가 되도록 하는 담록(淡綠)의 계절이어서는 아닐까.

“들길은 마을에 들자 붉어지고/마을 골목은 들로 내려서자 푸르러졌다./바람은 넘실 천(千)이랑 만(萬)이랑/이랑 이랑 햇빛이 갈라지고/보리도 허리통이 부끄럽게 드러났다./꾀꼬리는 여태 혼자 날아볼 줄 모르나니/암컷이라 쫓길 뿐/수놈이라 쫓을 뿐/황금빛 난 길이 어지럴 뿐/얇은 단장하고 아양 가득 차 있는/산봉우리야, 오늘밤 너 어디로 가버리련?” 자연 속을 거닐게 하는 김영랑의 시 ‘오월’ 읽으면 더욱 신록의 묘한 힘을 느낀다.

하지만 5월이 담록의 봄날처럼 마냥 새뜻한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떨어져 누운 꽃잎이 생각나는 것처럼 알싸함이 밀려오기도 한다. 매년 찾아오는 많은 것들을 온몸으로 느끼기엔 현실이 너무 팍팍해서다.

5월에 포진한 이런저런 기념일로 인해 본의 아닌 우울증도 도진다. 가정의 달 답게 징검다리 연휴와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이 줄줄이 이어지고, 거기에 경조사와 기념일까지 겹치니 절뚝거리는 계절일 수밖에 없어서다. 특히 올해엔 9일 대통령 선거일까지 자리잡아 휴일은 늘고 할 일은 많아졌다. 5·16과 5·17, 5·18로 이어진 현대사의 격변기도 많았던 5월. 계절의 여왕이 아니라 고민의 연휴가 줄지어있는 무서운 5월. 오늘은 그 5월이 시작되는 첫날이다. 하지만 한 달 내내 현실에 묻혀 가족의 소중함까지 외면할 수는 없다. 지성 괴테도 ‘가정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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