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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려주려나 하늘이 흐린 얼굴을 하고 있다.

혹시나 하는 기대로 일기예보를 살펴보니 남부지방에만 비 소식이 있고 우리 동네는 반가운 비 소식은 없다. 그러나 하늘이 흐렸으니 기대를 해보는 마음은 나뿐만이 아니리라. 절기가 한창 모내기철이고 밭작물도 대부분 모종을 이식한 상태인데 지속되는 가뭄에 모내기는 어렵게 되고 밭작물 또한 햇볕에 타들어가니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엊그제는 마을 방송에서 생활용수까지 걱정을 하게 하는 방송을 한다. 취수원이 가뭄으로 인해 수량이 부족하여 제한급수를 할 수도 있으니 가급적 물을 절약하란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가뭄은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에게 버텨내기 어려운 고초임에 틀림없다.

지금은 먹거리가 풍부하고 특히나 쌀이 남아도는 세상이 되다 보니 산골짜기 다랑논이나 천수답은 아예 밭작물을 심거나 농사를 포기하고 다른 용도로 이용을 하지만 옛날에는 물 구경만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곳이면 손바닥 만한 땅도 일구어 벼농사를 지었다. 그러나 가뭄이 들어 제때 모내기를 못하면 비오기를 마냥 기다리며 하늘만 쳐다보고 한탄을 하곤 했다. 가뭄이 지속되면 동네 어른들은 마을 명소인 입구지 계곡이나 용소에 가서 기우제를 지내곤 했다. 그러고 나면 기우제의 효험인지는 몰라도 비가 내리곤 했던 어린 시절에 기억이 있다.

오랜 가뭄 끝에 비가 내리면 다랑논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모내기가 아닌 호미로 모심기를 했다. 땅을 써리고 할 새도 없이 굳은 땅을 호미로 파고 모를 심었다. 그럴 때는 어른 애 할 것 없이 가족이 모두 나선다. 그러다 보니 내 기억 속에도 비를 맞으며 호미로 논바닥을 파고 열심히 모를 심었던 기억이 오롯이 있다. 기억 저편 그 시절엔 왜 그리도 가난했는지 먹을 것은 왜 그리 귀했는지 힘들었던 시간들이 지금은 세월의 향기를 품었는지 서럽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런걸 보면 그때 심었던 것은 절망이 아닌 희망이었고 사랑이었던 것 같다. 가족을 굶기지 않으려는 부모들은 사랑을 심었고 희망을 심었던 것 같다. 세월이 한참 지난 지금에서 생각을 해봐도 그 시절에 우리의 부모들이 심어놓은 사랑과 희망이 자라 오늘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봄 가뭄이 올해도 예사롭지 않다. 옛날하고 달라 수리시설이 잘되고 지하수 이용이 용이해졌다 해도 지속되는 가뭄에는 속수무책이다. 저수지는 마르고 지하수는 수위가 점점 내려가고 심지어 수도권 시민의 식수 창고인 소양강 마저 상류는 맨바닥을 보인다. 비가 오려나 하는 기대에 찬 마음으로 밖으로 나가 하늘을 올려다보지만 오히려 맑아지는 하늘이 야속하다. 걱정되는 마음에 인터넷 뉴스 일기예보를 찾아보니 여전히 비소식이 없다. 이럴 때는 일기예보가 왕창 틀려도 좋고 내일 가기로 한 문학기행을 못 가고 연기가 되어도 좋으니 단비가 내렸으면 하는 마음이다.

요즘 세상에도 기우제라는 것을 지내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뉴스를 접해 본 지 오래되었다. 그러나 올해는 그런 뉴스를 접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나라도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을 하면 하루라도 빨리 비가 내릴지 모른다는 생각에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해본다. 천지신명이시여 타들어가는 대지에 생명의 기운을 북돋을 단비를 내려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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