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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예술적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국제 섬유예술계에서는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수원을 참 매력적으로 본다.

국내에서도 한국을 대표로 섬유예술로 무엇인가 할 수있다면 그 중심에 수원이 있었으면 한다. 세계각국에서 탐내며 불고 있는 한국섬유문화의 열풍을 일년에 한번이라도 수원에 모여 전시를 열어 그 중심축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이는 2016수원방문의 해에 시행한 2016국제보자기포럼의 멋진 성공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어 시행된 창덕궁에서 수원 연무대까지의 2016정조대왕능행차가 실시간 SNS로 보여져 세계인의 관심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1985년 9월 초 어느날, 수원 장안문에서 화홍문과 방화수류정을 걸어오며 도착한 매향여자중학교는 80년 넘는 전통의 자부심 높은 학교였다. 아이들을 가르치기 위한 공부는 나의 공부가 될 정도로 최선을 다한 결과, 개교 85주년 전시는 경기 교육계와 미술계에 작은 파란을 일으켰다. 이어 시작된 작품활동은 좁은 지역 사회에서 처신에 유의하라는 교장님 격려와 미술계 선배의 말씀을 가슴에 담고 섬유예술을 적극적으로 알려가기 시작했다.

1988년 떠오르는 미술계 샛별이라는 예비 작가들과 경쟁하며 공모로 당첨되어 서울 명동에 있던 금강르노아르아트홀에서 첫개인전을 열었다. 그후 몇 년 동안 지역에서의 작품활동을 치중하며 서울과의 거리가 멀어졌을 때 함께 시작한 지인들의 활약과 유학길은 눈부셨다.

학교 미술교사와 아이들을 키우며 한국전통염색을 연구하고자 7년만에 진학한 대학원은 눈물겨운 사투였다. 2년동안 일주일에 2번을 오전, 오후로 학교 수업을 나누워 놓고 시간에 맞춰 돌아오는 길은 피말림의 연속이었다. 아침에는 당시 월계동 KAIST 박사 과정에 있던 남편의 도움을 받았으나, 돌아오는 길에 무거운 화구를 들고 수업 시간에 늦지 않게 도착하기 위해 뛰다가 넘어져 옷에 구멍이 날 정도로 무릎에 상처가 날때는 앉아서 울어 버리고 싶었다.

무엇이 그토록 예술에 대한 열망을 갖게 했을까. 전시 한번 하기 위하여 서울까지 작품을 트럭에 실어 운반하면 월급의 반이 나가는 상황과 모든 혜택이 서울에 모여 있어 열악한 지역 미술 환경 때문에 모두들 외면하고 있는 수원에서.

오랫동안 마음에 둔 의문점을 풀기 위한 고민은 대학원을 마치고 1996년 3회 개인전을 수원과 서울에서 동시에 열면서 파악한 지역 문화와의 서울과의 차이는 세련된 포장의 차이로 결론을 내렸다. 같은 콘텐츠라도 얼마나 이지적이고 현대적인 감각미로 보이게 만드냐가 문제의 핵심이었다. 물론 그속에서는 당연히 예술적 철학이 바탕이 되는 것은 기본이다. 다만 그걸 어떻게 스토리텔링하여 지역적인 특색을 담아 세련되게 풀어내느냐가 중요한 포인트가 되는 것이다. 마침 이런 고민은 지자체가 되면서 모든 분야에서 소리없이 가열차게 이루워지고 있었다. 서로 일에 파묻혀 만나서 시너지 효과를 이뤄내고 있지 못했을 뿐이었다.

2002년 월드컵 개최 당시에 수원 장안문 성벽에 설치 미술을 한다고 말했을 때 모두들 수원성벽이 너무 강해서 작품이 보여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렸으나, 고집 피우고 시행한 것도 이런 오랜 작가적 고민이 밑바탕 되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10년 넘도록 수원화성을 돌아다니며 설치미술을 한다고 했을 때도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무조건 도와준 공예계의 실험미술팀에게도 오늘날 수원의 발전을 나누고 싶다.

2017년 오늘의 수원은 국제도시를 표방하며 글로컬의 중심에 있다.

필자도 전업 작가로 살아가며 세계속에 한국 섬유예술을 품고자 수원을 기반 삼아 국제적인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이제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이란 아름다운 공간에서는 지나간 수원미술을 재조망하는 1980-1990대의 실험미술 전시를 열고 있다.

부디 구석구석 소외됨이 없이 수원미술의 아카이브가 만들어지고, 수원을 대표하는 전시가 만들어지기를 소망한다.

물론 그속에는 30년 전의 우리들처럼, 젊은 패기로 무장하고 세계와 한판 겨뤄보겠다고 나서는 열정적인 젊은 그들이 있기에 마음속으로 박수를 치며 또다른 도약의 희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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