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완두콩을 깐다. 작년 수확의 절반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발아가 더디더니 생육 또한 수월치가 않아 중간에 물을 주고 비료도 주었지만 부실하다. 완두콩 줄기에서 먹을 만한 것을 골라 껍질을 벗긴다. 오소소 쏟아지는 콩이 반갑다. 오랜 가뭄을 견디고 제 방안에 푸릇한 알들을 빼곡하게 들어앉힌 콩이 대견하기도 하고 예쁘기도 하다. 비실비실해서 콩 맛이나 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실한 놈은 제법 통통하다.

흰 쌀에 넉넉히 콩을 넣고 밥을 지으면 푸릇하고 달착지근한 맛이 별 반찬이 없이도 밥 한 그릇 뚝딱 비우게 한다. 이것이 제철음식의 맛이고 완두콩의 매력이기도 하다. 완두콩을 처음 먹었던 기억이 중학교 가정실습시간이었다.

학생들이 여섯 명씩 조를 짜서 재료를 준비해 카레라이스를 만들었다. 카레라는 음식도 생소했다. 각자 준비한 재료를 다듬고 잘라서 볶은 후 카레를 넣고 끓였는데 우리 조는 친구가 칼질을 하다가 손을 베기도 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카레라이스를 완성했다.

익숙하지 않는 음식이라 망설였다. 다른 친구의 먹은 모습을 힐끗힐끗 보면서 맛을 보았는데 정말 맛있었다. 흰 쌀밥에 듬성듬성 섞인 완두콩이며 적당히 익은 야채를 감싼 누런 카레의 향을 잊을 수가 없다.

따끈따끈 한 밥에 김이 무럭무럭 나는 카레를 한 국자 부어먹는 맛이라니 환상적이었다. 그때 그 맛이 그리워 완두콩을 보면 카레 요리를 한다. 오늘 저녁 메뉴도 완두콩 밥에 카레라이스를 해야겠다.

비가 적당히 와주었으면 작황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비는 하늘이 주관하는 일이니 어쩔 수 없다. 긴 가뭄 끝에 비가 내려 반갑기는 하지만 가뭄을 해갈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땅을 파보면 땅 밑은 아직 뽀송뽀송하다.

저수지나 하천까지 물이 흘러내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목마름에 잎을 축 늘어뜨리고 있던 초목들이 생기를 찾았다. 풀잎 끝에 맺힌 빗방울이 얼마나 소중하고 반가운지 조금만 더 비를 내려주었으면 하는 간절함이 절로 생긴다.

쑥쑥 자라야 제때 수확할 수 있는 밭작물이 아직 발아도 못한 채 말라붙었다. 마늘은 마늘종을 올리는 것을 포기했고 묘목으로 심어놓은 고구마며 옥수수도 간신히 생명을 붙들고 있는 것이 안쓰럽다. 해마다 이맘쯤이면 물이 부족하여 고생하지만 올해 또한 심각한 것 같다.

그래도 물이 있는 곳엔 양수기로 퍼 올리기도 하고 스프링클러를 이용하여 물을 주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곳은 그대로 말라붙었다. 작황이 좋고 나쁨을 떠나 아예 농사자체를 포기해야 할 정도이니 관계자들은 얼마나 속이 타겠는가. 손이 쑥쑥 들어가게 갈라진 땅만큼이나 비를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도 갈라지고 있는 형편이다.

올해도 비가 그리 많지는 않을 거라는 기상청 예보가 있다. 물 관리하는 관계자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애를 쓰겠지만 모두가 물을 아껴 써야 한다. 물 부족으로 인해 제한 급수 받으며 생활하는 이웃의 불편을 생각하며 가정마다 조금씩이라도 절수를 한다면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어려울 때 서로 노력하고 협력한다면 위기가 기회가 되고 기회가 큰 힘이 될 것이다. 완두콩이 제 푸른 방 안에 여럿의 알을 슬어놓고 키우는 것처럼 국민 모두가 하나가 되어 가뭄을 극복했으면 좋겠다.

 









COVER 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