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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진정한 협치의 성공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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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6월 19일  20:13:30   전자신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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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호택 국립한경대 법학과 교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40여 일이 지났을 뿐인데도 무척 길게만 느껴진다. 내각 구성이 아직도 진행 중이고, 개혁의 목록은 제시되고 있지만 구체적 모습은 말만 무성하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도 많은 문제가 제기되었다.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스스로 사퇴했지만,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강경화 외교부장관을 임명하면서 ‘국민검증’ ‘정면돌파’라는 표현이 사용되었다. 청와대는 ‘인사청문회는 참고사항일 뿐’이라고도 했다. 전적으로 맞는 말이다. 장관 인사청문회는 절차는 필수지만 결과가 대통령의 인사권을 강제하는 것은 아니다. 단 ‘법치’라는 관점에서만 그렇다. 헌법재판소 소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참고사항일 수 있지만 이후 ‘국회의 동의’라는 법적 필수 절차가 남아있다. 국회의 동의절차에서 통과되어도, 부결이 되어도 누구도 법적으로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야당이 더 이상 협치는 없다고 하거나 국회 보이콧과 장외투쟁까지 말하며 압박하는 것은 참으로 받아들이기가 어렵고 유감이라는 대통령의 언급도 법적 관점에서는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야당과의 협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허망한 일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안타깝고 서운하다는 대통령의 말은 법적 관점이 아니라 정치적 관점이다.

협치는 요구가 아니라 스스로 실천함으로 가능

협치(協治)라는 말은 원래 거버넌스(governance)의 번역어로 국가·정부의 통치기구 등의 조직체를 가리키는 거버넌트(government)와 구별되는 개념으로 쓰인다. 즉 사회의 다양한 기관이 자율성을 지니면서 함께 국정운영에 참여하는 통치 방식을 말한다. 기존의 행정 이외에 민간 부문과 시민사회를 포함하는 다양한 구성원 사이의 소통과 네트워크를 강조한다. 그렇다면 요즘 여권이 야당에게 강조하는 협치는 원래의 개념보다는 여야공조 또는 일부 연립정부 개념에 가까운 것으로 생각된다. 협치라는 말의 원 뜻에 맞건 안 맞건 요즘 정국에서 협치가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점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주도권을 쥔 쪽이 다른 쪽을 향해 협치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또 다른 독주가 될 수 있다. 협치의 파트너 입장에서 협치를 할 수밖에 없도록 여건을 조성해 주어야 협치가 가능해진다. 청문회 정국에서 노출된 문제들은 위장전입을 비롯해서 탈세, 음주운전, 논문표절, 취업특혜, 불법 혼인신고 등 다양하기만 하다. 이런 것들은 문대통령의 공약인 5대비리 공직취임배제 원칙에 어긋난다. 이제 와서 다 똑같은 것이 아니라며 세부기준을 마련하고 있는데 결과적으로는 문제가 된 후보자들을 빠져나가게 만드는 기준으로 보일 수 있다. 기준을 세부화하고 기준이 엄격해진 이후의 비리만 문제 삼는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후보자를 선택할 때 협치의 파트너에게 미리 의견을 듣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이러한 기준들을 미리 상의한 적도 없이 사후에 기준을 완화하거나 예외를 인정한다는 것은 협치를 요구할 당위성을 떨어뜨린다. 더구나 검증을 담당하는 청와대 수석들이 예전에 이런 문제를 지적하고 비판했던 전력도 확인되고 있어 새 기준들의 당위성이 약해진다.

구태를 바로잡는 시스템구축이야말로 협치의 토대

앞으로도 청문보고서 없이 몇 번 더 임명이 강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은 야당이 발목잡기를 한다고 비난하고, 야당은 여당의 불통과 독주를 비난하고 있다. 어디서 본 장면일까? 지난 박근혜 정부의 인사과정과 여야만 바뀌었을 뿐 똑같아 보인다. 그래서 국민들이 정치권 전체에 혐오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 적폐청산이 현 정부의 당면 목표라고 한다. 적폐청산이 단순히 인적청산만을 목표로 한다면 정치보복이나 편 가르기에 지나지 않는다. 같은 과오를 반복하지 않는 것을 넘어 법과 제도를 고쳐 사람이 바뀌어도 구태로 돌아가지 않게 해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적폐청산이고, 국민의 이름으로 협치를 요구할 수 있게 된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진정한 협치를 원한다면, 대통령과 여권이 좀 더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좀 더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난 정부를 소통부재의 실패한 정권으로 비난했던 현 여권이 똑같은 과오를 범하면서 나는 다르다고 주장한다면, 적폐청산과 협치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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