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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벽돌집 안에 이로운 풀들의 싱그런 수다

 

안산 ‘이풀실내정원’을 찾아서

뿌연 하늘 아래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중국인의 모습이 놀랍고 낯설게 느껴졌던 게 불과 몇 년 전이다. 2017년 대한민국의 봄은 이전과 많이 달라졌고, 몇 년전 생경했던 중국의 모습과 닮아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세먼지 보통 단계인 날은 2014년부터 올해 5월까지 각각 254일, 267일, 297일 등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미세먼지 나쁨 단계(81㎍/m³이상)인 날은 지난해 13일(3.6%)에서 올해(5월까지) 11일(7.3%)로 비율상 증가 추세다. 미세먼지가 우리삶 깊숙이 침투해 나를 비롯해 내 가족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을 파괴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가운데 인간은 다시 자연에서 그 해결책을 찾고 있다.

지용희 관장, 수원서 안산으로 나무 옮겨
40여년간 자란 나무들 울창한 숲 이뤄
2014년 개관… 올해 5월 박물관 등록

연면적 842.62㎡에 계단 없는 구조 설계
나선형으로 올라가다 보면 산길 걷듯

‘걷는 정원’ ‘즐기는 정원’ 주제별 전시
주로 실내서 자라는 식물 위주로 꾸며
가정 정원 희망자들에 가이드 라인 제시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1ha의 숲이 매년 168kg에 달하는 미세먼지, 이산화황, 이산화질소, 오존 등 대기오염 물질을 흡수, 공기를 맑게 한다.

식물이 가져오는 공기정화 효과가 다른 무엇보다 탁월하다는 것이다. 숲과 역세권을 합한 ‘숲세권’이라는 합성어도 생길만큼 우리의 삶에서 숲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안산시 상록구 팔곡일동에 위치한 이풀실내정원 역시 깨끗한 공기, 푸른 자연을 만끽하기 위해 찾은 방문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나무가 좋아 40여년을 키워 울창한 숲을 만든 관장은 자연과 자연스럽게 사는 삶을 실천하고 있다. 자연과 공존하며 만들어낸 ‘이풀실내정원’을 통해 2017년 대한민국에 필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풀실내정원 지용희 관장의 아버지는 나무를 좋아하셨고, 가족에게 나무를 선물하는 것이 사랑의 표현이었다.

자식이 건강하게 자랐으면 하는 바람에서 태어난 날, 중학교를 졸업한 날 등 특별한 날 나무를 심어 선물했다. 사랑이 담긴 나무는 무럭무럭 자랐고, 수도 많아졌다.

자연스럽게 나무와 가까워졌던 지 관장은 대학에서 경영학을 가르치면서도 나무 가꾸는 일을 빼놓지 않았다. 선산이 있는 수원에서 나무를 심어 길렀던 지 관장은 개발과 함께 나무를 기르는 것이 여의치 않자 1975년, 안산의 지금 자리에 나무를 모두 옮겨 심었다. 온통 밭이었던 이곳은 40여년만에 울창한 숲을 이뤘다.

그는 “아버지가 사신 땅에 나무를 심었고 40년이 지나니 꽤 우거졌다. 숲을 잘 가꿔서 수목원이나 식물원 형태로 많은 사람들에게 개방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2007년 야외 정원을, 2014년 이풀실내정원을 오픈했고 올해 5월 박물관으로 등록했다. 식물과 함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찾고자 ‘이로운 풀’이라는 뜻을 담아 ‘이풀실내정원’이라 지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립수목원이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정원 100선’에 꼽힌 이풀실내정원은 푸른 나무들이 우거졌을 뿐 아니라 100년이 넘은 잣나무와 목련나무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100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할만큼 싱싱하고 푸른 잎을 자랑하는 나무를 보며 나무에 대한 관장의 애정을 느낄 수 있다.

그는 “교수로서 연구하고 학생들 가르치면서 주말마다 할 수 있는 것이 나무를 돌보는 것이었다. 가족과의 추억이 담겨있기에 정이 많이 든 나무들이다”라며 “특히 야외정원에는 화백나무를 많이 심었다. 몸에 좋은 피톤치드가 침엽수에서 많이 나오는데, 이를 대표하는 편백나무는 추운 곳에서 자라기 어려워 그 사촌격인 화백나무를 심었다. 뿐만 아니라 향나무, 잣나무, 전나무 등 몸에 좋은 나무들을 야외정원에서 만날 수 있다.”
 

 

 


실내정원은 실내식물을 주로 다룬다. 특히 공간이 인상적인데, 건축 연면적 842.62㎡의 공간은 아파트 3층 높이이지만 계단이 없이 나선형으로 구성, 산길을 산책하듯 천천히 걸으며 식물들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외관만 바꿨을 뿐 산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흙을 직접 밟으며 관람할 수 있어 이색적이다.

1, 2층 ‘걷는 정원’은 화은룡, 고드세피아, 베고니아 드래곤 윙, 소철, 칼라고무나무 등 다양한 실내식물이 전시됐으며, 3층 ‘즐기는 정원’은 스트링 플랜트, 테라리움, 피톤치드 체험실이 마련돼 식물의 효능을 주제별 특징을 살려 체험할 수 있다. 특히 다량의 피톤치드가 나온다는 체험실은 작은 공간이지만 관람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인기가 좋다.

식물원이라고 하면 크고 희귀한 식물을 기대하는 이들은 작고 특별해보이지 않는 이곳 식물들에 실망할 수도 있다. 지승현 부관장은 관람객이 실내정원을 보고 돌아가 집안에 작은 정원을 꾸몄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같은 식물들을 전시했고, 각각의 식물들이 어떤 효과가 있고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이곳에서 배우고 갈 수 있도록 했다.

지 부관장은 “대부분은 아열대 지방이 원산지로, 밀림의 큰 나무들 하부에서 자라는 식물들이 많다. 직사광선이 없어도 잘 버틸 수 있을 뿐 아니라 약간의 습도나 한겨울 추위만 피하면 실내에서도 잘 자랄 수 있어 우리나라 가정집에서도 키울 수 있는 것들이다“라며 “우리나라는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많아 정원을 가꾸면서 사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 때문에 주로 실내에서 잘 자라는 식물을 위주로 전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내정원의 대부분은 지승현 부관장의 솜씨다. 지용희 관장의 딸인 지 부관장은 일반 회사를 다니다 뒤늦게 적성을 찾아 아버지를 돕겠다고 나섰다.

오랜 직장생활로 계획된 생활을 했던 그는 이곳에 와서도 계획대로 식물을 키우려고 욕심을 부렸다. 그러나 자연은 그의 뜻대로 되지 않았다. 욕심을 내고 무리할수록 식물들은 생기를 잃었다. 그렇게 10년을 보낸 지 부관장은 ‘천천히 조화롭게’ 자연을 대해야 한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정원이라는 것이 사람이 만든 것이기 때문에 인위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곳은 관람에 무리가 없도록 조금만 손을 봤을 뿐,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공간을 만드는데 가장 신경을 썼다”고 전했다.

그의 말을 듣고 정원을 다시 걸어봤다. 야외정원을 지나 이풀실내정원의 3층까지 오르자 소나무 정원으로 나갈 수 있게 통로를 마련, 실내에서 야외로 자연스럽게 동선이 이어진다. 소나무 정원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토끼와 닭을 키우는 우리도 마련돼 있어 아이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정돈되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편안하고 따뜻하게 꾸민 각각의 공간은 관장과 부관장이 공들여 완성했음을 느낄 수 있다.

정원보다 눈길을 끈 것은 이곳을 방문한 이들의 표정이다. 별다른 놀잇감이 없는데도 즐거워 하는 아이들, 풀냄새를 맡으며 편안해하는 어른들까지. 이곳을 나가는 이들의 표정에서 이풀실내정원이 2017년 대한민국에 왜 필요한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민경화기자 m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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