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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시림 속 아찔한 암봉들… 베일 벗은 태초의 숨은 비경

안도현 홍석석봉원생태풍경구

 

때로는 사품치는 파도, 때로는 기세등등하게 쏟아져내리는 굵은 폭포줄기 같은 기묘한 형상의 화강암, 사진으로 접한 이런 거대하고 기묘한 화강암의 모습에 끌려 지난달 28일 안도현 이도백하진 홍석림산작업소에 위치한 홍석석봉원생태풍경구를 찾아갔다.

네비게이션에 검색되지도 않는 이 풍경구를 온라인으로 얻은 쥐꼬리만한 위치정보로 겁 없이 찾아갔고 그런 무모함이 고마울 정도로 마음에 담아두고 싶은 풍경 속에 머물다 올 수 있었다.



■ 홍석석봉을 찾는 길, 실수투성이만…

연길에서 S202 성급 도로로 자그마치 162킬로메터 떨어진 홍석석봉원생태풍경구, ‘네비녀’의 음성을 따라가는 습관이 몸에 배여있는지라 홍석석봉원생태풍경구, 홍석석봉, 홍석림산작업소… 몇번을 고쳐 입력하며 ‘네비녀 살리기’를 시도해봐도 네비게이션에 검색되지 않았다. 인터넷에 검색해 그나마 가장 가까운 곳으로 검색된 건 안도현 이도백하진 금산촌이였다. ‘네비녀’와 함께 출발했다.

그러나 문제는 금산촌에 닿기도 전인 이도백하진 행복촌부터였다. 갈림길이 나타났지만 안내판은 없었다. 느낌 대로 공사장을 피해 오른쪽 갈림길로 들어갔지만 잘못된 길이였다. 산간마을이라 그런지 GPS(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 반응이 느려 ‘네비녀’도 한참이 지나서야 틀린 길임을 급박하게 알렸다. 그렇게 되돌아나와 금산촌과 경송림산작업소를 지나 드디여 홍석림산작업소에 닿았다. 홍석림산작업소부터는 모래자갈길, 펄펄 먼지를 날리며 한참을 달려 높디높은 미인송 앞 엎어진 너럭바위가 있는 갈림길에 도착, 또다시 난관이다. 너럭바위 오른쪽에 안내판 골조모양의 철 구조물이 세워진 것을 감안해 오른쪽 길로 들어섰지만 또다시 잘못 들어선 길, 20여분 운전하다 점점 좁아지는 길과 귀신이 나올 법한 페기된 움막이 보일 즈음에야 되돌아나와 너럭바위 왼쪽 길로는 불과 2분도 채 안되는 려정인 풍경구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무려 4시간이 넘는 시간을 소모하면서 말이다.



■ 범접할 수 없는 기운으로 가득찬 암봉

등산로 바로 앞 주차장까지 차로 이동할 수 있어 어렵지 않게 도착했다. 베테랑 등산가에겐 히쭉 웃으며 오를 수 있을 법한 산세일지도 모르지만 이곳을 찾아온 어려웠던 길 만큼이나 범접할 수 없는 기운으로 가득찬 암봉이 눈앞에 나타났다. 원시림 속에 홀연히 나타나 다른 산에 릉선을 기대지 않고 두개의 화강암 봉우리를 거느리고 있는 이 산은 경사도는 좀 있지만 잘 건설된 등산로와 아찔한 암석 우에 놓은 철제 란간이 아니였다면 일반인에겐 아마 오르는 산이 아닌 ‘보는 산’에 가까웠을 것이다.

무려 2823헥타르(28.23평방킬로)의 면적을 자랑하는 홍석석봉원생태풍경구에서 작은 꽃바위, 큰 꽃바위, 옥황강, 석종산 등 암석을 품은 이곳 산맥은 야외 등산로가 잘 돼있어 대부분 관광객들이 찾는 코스다. 산자락을 조금만 더듬어올라가 석종산에 이르면 원목을 끊어 락엽 깔린 흙 우에 박아 만든 등산로가 량쪽으로 둘레길처럼 뻗어있다. 오른쪽으로 올랐다. 결코 순한 길이 아니였다. 발끝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암봉 사이로 난 등산로를 따라걷다 보면 숨이 가빠지고 뒤통수에서 심장 뛰는 소리가 들린다.

■ 아찔한 암봉 헤쳐 닿은 곳, 밀려오는 원시림

쏟아지는 폭포를 닮아 석포애, 세상을 휘감을 듯 사품치는 파도를 닮아 거랑애, 엎어진 큰 종을 닮아 석종산… 기묘한 화강암에 눈길을 빼앗기며 거친 등산로를 따라 암봉의 정상에 오르니 비로소 장백산의 울창한 원시림이 눈앞에 밀려왔다. 끝 간데 없이 펼쳐진 원시림의 초록물결은 안개 낀 역광의 아침 바다 풍경을 련상케 했다. 뜻밖의 장관에 성가시게 달려드는 벌레들의 앵앵거`림도 잠간 잊혀지는 순간이였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초록의 장관 만큼이나 매혹적인 것은 언제나 행복하게 해주는 숲속에서의 들숨과 날숨의 순간이다. 원시림에서 뿜겨져나오는 그 청신한 산소로 페 속을 꽉 채워갈 수 있어서 참으로 좋았다.

페인트가 뚝 떨어져 나무잎 반쯤을 흰색이나 분홍색으로 물들인 듯한 쥐다래나무를 비롯해 자작나무, 홍송, 고로쇠나무, 난티나무, 산겨릅나무, 노랑물봉선화, 당단풍나무 등 풍경구 사업일군들의 배려로 걸려있는 안내판 덕에 원시림 속 나무들을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했다.

/글·사진=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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