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상]은퇴 후 가정파산 대책이 필요하다
[자치단상]은퇴 후 가정파산 대책이 필요하다
  • 경기신문
  • 승인 2017.07.09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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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신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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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환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

1950년대 후반에서 60년대 초반에 태어난 700만 명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기 시작하였다. 베이비붐 세대는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을 이끌었던 산업화, 민주화의 주역으로서 고속 성장에 힘입어 물질적인 혜택을 누렸던 반면에 세대내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많은 가족을 부양하는 고단한 삶을 감수했다. 이들은 구습(舊習)의 전통을 유지하였던 이전 세대와 글로벌세대로 대변되는 이후 세대 사이에서 위로는 유교적 가치관에 따라 봉양(奉養)하고 아래로는 가진 것을 아낌없이 주면서 위아래 모든 세대를 위하여 희생했던 ‘끼인’ 세대이다. 이전 세대에 비해 결혼과 출산이 늦어진 탓에 퇴직 이후에도 자녀 교육의 부담이 계속되는 것도 베이비붐 세대의 특징이다. 경기연구원의 보고서 ‘新노년층, 신세대인가 신빈곤층인가’에 의하면 베이비붐 세대는 ‘경제적으로는 풍요를 경험한 세대이지만 부모 부양과 자녀 양육으로 정작 자신의 노후 준비에는 소홀했던 세대’라고 정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은퇴자의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1988년 10인 이상이 근무하는 사업장을 시작으로 국민연금 제도를 도입하였고, 이후 가입대상을 점차 확대하였다. 국민연금 제도는 18세 이상의 국민이 젊은 시절에 가입하여 일정 기간에 걸쳐 꾸준히 납부하면 노후에 매월 연금을 받아 안정적인 여생을 보내도록 한 조치이다. 경기연구원의 보고서는 베이비부머의 약 68.4%가 국민연금에 가입하였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일정한 연령이 되어야 연금을 받을 수 있는데, 이를 국민연금의 개시연령이라고 한다. 53~56년생은 61세, 57~60년생은 62세, 61~64년생은 63세, 65~68년생은 64세, 69년생 이후는 65세가 국민연금의 개시연령이다. 문제는 베이비부머들이 은퇴에 맞춰 국민연금을 받는 것이 아니라 퇴직 이후 몇 년을 기다려야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은퇴자가 충분한 저축을 하지 못하였다면 은퇴 이후 연금을 받는 연령에 도달하기까지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심지어 가정이 해체되는 사례도 종종 목격된다. 실제로 최근 어느 은퇴자는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살던 집을 처분하여 자녀는 학교 근처의 전·월세 원룸에서, 부인은 취업을 한 식당에서 각자 숙식을 해결하도록 하고 본인은 산간에 거처를 마련해 홀로 생활하는 것이 알려지기도 하였다. 이처럼 늦은 출산으로 은퇴를 해도 여전히 학업 중인 자녀를 뒷바라지해야 하는 현실을 외면할 수 없기에 베이비부머 은퇴자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퇴직 후 갑자기 닥친 무소득의 현실은 평생을 임금 근로자로 지냈던 은퇴자에게 낯설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베이비부머 은퇴자가 퇴직과 연금개시 전까지의 경제적 공백을 메울 수 있다면 소득절벽으로 인해 겪는 가정의 위기와 어려움은 완화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그간의 경제적 성과로 사회 보장을 확대하면서 국민연금, 기초연금을 도입하였고 최근에는 청년수당, 기본소득, 영유아 보육지원 등 각종 사회보장을 확대하는 추세에 있다. 가장 두터운 인구층의 퇴직 행렬이 막 시작되는 지금, 퇴직 시점과 연금 개시 시점의 공백 기간을 줄여주는 새로운 사회보장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평생을 직장과 사회에 헌신하고도 은퇴 후 편안한 여생을 보낼 수 없는 현실에 서글퍼진다. 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이후 지금까지 고도로 성장하여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를 앞두고 있지만, 정작 이 모든 과정의 중심에 섰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후 삶에 미처 대비하지 못해 노후가 황폐해지고 있다. 노년의 삶에 대한 일차적인 책임이 개인에게 있다고 하더라도 일생을 바쳐 당당하게 세운 나라로부터 어려울 때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한다면 뒤따르는 모든 세대 역시 자신감을 갖고 살아가기 어려울 것이다. 어느 영화의 제목처럼 노인을 위한 나라는 따로 없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정부 차원에서 은퇴 후 가정파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하여 관심을 갖고 정책을 마련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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