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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름이다. 가뭄 끝에 장맛비 내리더니 이제는 연일 폭염이다. 문명의 이기가 발달되다 보니 측정을 예측을 잘해서 그런가 아니면 정말 환경 파괴로 지구가 몸살을 앓아 열병이라도 난 것인가. 겨울이면 겨울대로 난리고 여름이면 여름대로 난리 법석이다. 벌써 오늘만 해도 국민 안전처에서 폭염과 물놀이 주의하라고 문자가 몇 번씩이나 날아왔다.

걱정이 더 되는 것은 잠시도 가만히 계시지 않는 어머니 때문이다. 밭에라도 나갈라치면 미리 상황 파악을 하신 후 먼저 앞장을 서신다. 83세의 어머니를 모시고 나가자니 남에 눈도 의식이 되고 무엇보다 어머니의 건강이 염려가 되어 집에서 편히 계시라 해도 말씀이 통하지를 않는다.

집에 계시라 말씀드리면 집안에만 박혀있으면 뼈가 굳어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결국은 그냥 빨리 죽으라는 이야기 아니냐, 집구석에 박혀 있는 것보다는 밭에 나가서 운동이라도 하고 곡식 자라는 것이라도 보면 건강에도 좋고 기분도 좋아지는데 왜 안 데리고 가려하냐며 앞장을 서신다.

이런 상황에 86세인 아버지는 정반대의 상황을 연출하신다. 움직이는 것을 무척 싫어하시고 농사일이라도 거들면 큰일 나는지 아시고 방과 부엌을 연실 드나드시며 약주로 세월 하신다.

그리고 가까운 곳 어디를 가셔도 걷는 것보다는 무엇이든지 타시려 한다. 걸어서 다니는 것을 큰일 나는 것으로 아시는지 이제는 위험하니 극구 만류하며 타시지 말라 말씀드려도 자전거를 끌고 나가신다.

편히 계셨으면 하는 어머니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않으시고 좀 운동이라도 하시면 좋을 것 같은 아버지는 약주를 드시는 것 외에는 침대만 지키시고 어쩌다 하도 답답하여 “아버지, 어머니 손잡고 밖에서 산책 좀 하세요” 하면 “에 이놈아 비싼 밥 먹고 왜 괜히 힘들게 움직여” 하신다.

자식 입장에서 보면 아버지가 야속하기 그지없다. 다리가 불편하신 어머니 손을 잡고 조금씩만이라도 운동을 하시면 아버지나 어머니의 건강이 좋아지실 것 같은데 전혀 움직이려 하지 않는 아버지의 불러오는 배와 불어나는 몸무게가 자식들의 걱정처럼 늘어만 간다.

이런 현상이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내 기억으로는 나의 기억 소자가 작동을 해서 기억하는 한 그리 해 오셨다. 그러다 보니 젊어서도 어머니의 고생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자식 입장에서도 당연히 어머니의 대한 연민이 많을 수밖에 없고 어머니에게 신경이 더 갈 수밖에 없다.

그러면 그런 것이 아버지는 늘 불만이시다. 내편은 없구나, 엄마만 알아주고 나는 인정을 안 하느니 자식 낳아서 길러야 다 필요 없다느니 너희들이 하늘에서 뚝 떨어졌는지 등 수없이 많은 불평을 달고 사신다.

밖에서 남들은 우리 아버지 어머니를 가리켜 복 많은 노인들이라 하고 우리 또한 그렇게 생각을 하는데 우리 아버지는 절대 그 말씀에 동의는커녕 역정을 내신다.

6·25 참전 수당과 노령 연금해서 40여 만원의 돈이 매월 아버지의 통장으로 들어온다. 아버지에게 있어 효자는 함께 사는 자식도 아니고 자기들끼리 잘살고 있는 다른 네 명의 아들딸들도 아니다. 아버지 말씀을 하시는 걸 들어보면 가장 큰 효자는 매월 어김없이 통장으로 들어오는 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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