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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사가독서(賜暇讀書)

조선시대의 책읽기는 한 특권층에게만 해당된 것이 아니었고 신분에 따라 그 명칭도 다양했다. 왕에게는 경연, 세자는 서연, 문신에게는 사가독서, 잡직 종사자는 습독관제도를 두고 독서를 통하여 인격과 전문성을 향상시키는 계기를 마련토록 했다.

일찍이 책읽기의 중요함을 일깨운 이는 세종대왕이다. 사가독서(賜暇讀書)제도를 지속적으로 시행함으로써 신하들에게 높은 학식과 교양을 쌓도록 해서다. 1426년 세종은 촉망받는 젊은 인재들이 독서에 전념할 수 있도록 1년 정도 휴가를 주는 이 제도를 시행했다. 현재 맡고 있는 직무로 인해 책 읽는 데 전심할 겨를이 없으니, 지금부터 본전에 나오지 말고 집에서 전심으로 글을 읽고 성과를 내어 나라에 보탬이 되라는 게 제도의 핵심이다. 관리로 등용된 인재들에게 재충전의 시간을 주기 위함이었던 이 제도는 일명 독서휴가제로도 불린다. 최소 1∼3년에 이르는 사가독서 기간, 신하들은 집 혹은 산사를 오가며 자유롭게 책을 읽었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씩 읽은 내용을 정리하여 월과(月課)로 냈다. 왕은 식량과 술 및 물품 등을 내려주며 독서를 권장하기도 하고, 과제를 주어 수시로 그 결과를 평가하기도 했다. 성종 때에는 독서당도 지어 학문에 더욱 몰두할 수 있게 배려했다. 한양에만 3곳이 있었다. 옥수동 근처 한강변에 있던 동호당(東湖堂), 마포에 있던 서호당(西湖堂), 용산에 있던 남호당(南湖堂) 등이 그곳이다.

비슷한 사례는 영국에도 있다. 빅토리아 여왕은 ‘셰익스피어 버케이션(Shakespeare Vacation)’을 시행하면서 신하들에게 책 읽기를 권장했다. 그리고 고위직 관리들에게는 3년에 한 번씩 휴가를 주면서 셰익스피어 작품 다섯 권을 읽고 독후감을 제출토록 했다. 여왕의 이 같은 배려는 작품을 통해 인간관계의 내면을 섭렵, 법이나 규범으로 다스려지지 않는 국민들의 심오한 곳까지 어루만져주라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지금은 그 누구도 책 읽으라 유급휴가를 주지 않지만, 최고의 독서 시즌이라는 여름 휴가철 어딘가로 떠나기 어렵다면 도서관을 찾아 ‘북캉스’를 즐기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정준성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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