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상]순자(荀子)가 본 하늘 관(觀)
[자치단상]순자(荀子)가 본 하늘 관(觀)
  • 경기신문
  • 승인 2017.07.23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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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자신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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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원기 신한대학교 공법행정학과 교수

하늘은 오래전부터 인간에게 경외의 대상이었다. 대부분의 철학가나 사상가들은 하늘을 신비롭게 여기고 인간의 삶을 주관하는 실체로까지 보았다. 공맹사상을 중심으로 한 유가(儒家)는 하늘의 명령을 도덕의 최고 원리로 삼았고, 노장(老莊)학파에서는 천인합일(天人合一)이라고 주장하였으며, 묵자나 음양학파에서는 하늘이 인간 길흉화복을 판단한다고 주장하였다. 하늘의 현상은 인간 능력 밖의 존재로서, 이에 순응하며 사는 것을 당연시 여겼다.

순자는 이러한 조류에 반기를 든 학자였다. 그는 중국 전국시대 조(趙)나라의 유학자로서 맹자와 거의 동시대를 살았던 인물이었다. 맹자가 하늘을 실체적 존재로 여기고 경외할 것을 주장한 반면, 순자는 하늘의 현상은 그저 자연일 뿐이라고 일축하였다. 그는 하늘은 어디까지나 자연적 현상에 지나지 않으며, 밤과 낮, 사계절 변화, 일식과 월식, 지진과 폭풍, 가뭄이나 홍수 등은 모두 자연 현상일 뿐이라고 주장하였다.

그의 눈에는 왕이 정치를 잘못하여 가뭄이 들거나 흉년이 드는 것, 또는 홍수로 물난리가 나는 것 등은 모두 정치와 무관한 것이었다. 자연현상은 자연의 일부일 뿐, 순자는 사람으로서 하늘을 정복해야 한다(人定勝天)라고까지 설파하였다. 하늘의 현상과 인간세상의 일과는 하등 관계가 없으며, 인간은 오히려 하늘을 이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하늘은 오직 스스로의 법칙에 따라 운행되고, 인간은 그 법칙을 살펴서 삶에 이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하늘을 이용할 줄 아는 것이 곧 하늘을 이기는 것이라고 믿었다.

순자는 천론(天論)편에서 이러한 주장을 보다 확고하게 담고 있다.

‘하늘에는 정해진 절기순서가 있고, 땅에는 만물의 기반이 존재한다. 다행히 인간에게는 이를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이 있으므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도록 힘써야 한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찾지 않고, 자연의 은총만을 기대한다면 어리석은 자가 아닐 수 없다. 대자연의 운행법칙은 요임금이 어진 왕이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걸임금이 폭군이기 때문에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하늘은 결코 인간을 지배할 수 없다. 인간을 지배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인간 자신뿐이다. 또한 세상의 평화나 혼란은 하늘의 뜻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 노력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나아가 누구든지 열심히 일하고 아끼면 가난을 면할 수 있고, 누구든지 부지런히 신체를 단련하면 병들지 않으며, 누구든지 정해진 규칙과 순서에 의해 일을 처리하면 곤경에 빠지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이천여년 전의 그의 이러한 주장이 오늘날 더욱 명쾌하게 다가오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그것은 우리 생활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것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심한 가뭄이 들거나 엄청난 폭우가 쏟아져 물난리가 나면 자연스럽게 하늘을 원망하고 두려워한다. 심지어 삶과 죽음은 하늘이 정해준 운명이고, 부귀영화도 하늘이 내리는 것이라고 믿기도 한다. 순자의 하늘에 관한 해석은 이러한 숙명론에 대한 명쾌한 반박이 아닐 수 없다.

순자의 말대로 가을의 수확을 기대하려면 마땅히 봄에 씨를 뿌려야 하고, 가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저수지를 만들어야 하고, 홍수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수로를 마련해야 한다. 하늘은 인간의 형편을 살펴서 열매를 주지도 않으며 단비를 내리지도 않는다. 간혹 우연의 일치로 그런 일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미리 열심히 준비한 인간 노력의 소산이다.

우리는 두어 달 전까지만 해도 극심한 가뭄을 겪었었다. 얼마 전에는 장맛비에 폭우가 쏟아져 상당한 피해도 입었다. 요즘은 다시 불볕더위로 고생이 만만치 않다. 불과 두세 달 만에 극과 극의 자연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이럴 때마다 여러 가지 피해를 입기도 하고, 하늘을 바라보며 탄식하기도 한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인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미리 했더라면 피해도 덜 입고 탄식도 줄었을 것이다. 자연현상이든 자신의 인생이든, 또는 국가의 운영이든 간에 하늘이 명운을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좌우하는 것이다. 순자가 갈파한 의도는 만사가 인간의지와 노력에 좌우된다는 것을 웅변하고 있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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