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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룡문]삼겹살보다 비싼 상추

‘농가월령가’ 유월령에 “아기어멈 방아 찧어/ 들바라지 점심하소/ 보리밥 파찬국에/ 고추장 상추쌈을/ 식구 헤아리되/ 넉넉히 능을 두소”라는 대목이 있다. 이렇듯 우리는 예부터 여름철이면 밭이나 들에서 나는 채소로 두루 ‘쌈’을 싸서 먹었다. 별다른 찬이 없어도 쓴맛, 매운맛, 떫은맛, 신맛에 특수한 향미를 조화시켜 먹음으로써 채소 한 포기조차 건강의 소망을 담아 음식으로 이용한 것이다.

들에 나는 모든 푸성귀가 쌈의 재료지만 그중에서도 상추가 으뜸으로 꼽힌다. 상추 이외에도 쑥갓·배춧잎·취·호박잎·깻잎·콩잎·머위잎·산씀바귀 등 다양하고, 쌈 문화의 종주국답게 지역에 따라서는 미역이나 다시마 등 해조류로도 쌈 재료로 애용 하지만 상추엔 못 미친다.

우리의 상추재배 역사는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오래 됐다. 그리고 당시엔 매우 귀한 작물 이었다고 한다. 상추를 좋아 한다는 것을 안 중국이 종자를 비싼 값에 팔았기 때문이다. 당시 얼마나 비쌌으면 ‘천금채(千金菜)’라는 별칭 붙을 정도였다. 이런 상추를 선조들은 고려시대에 이르러 맛과 향이 뛰어난 우리만의 품종으로 개량하는데 성공 했다. 그리고 소문은 중국까지 전해졌고 수출 또한 했다. 이 같은 사실은 중국의 고서인 천록식여(天祿識餘)에도 나와 있다. “고려의 상추는 질이 매우 좋아서 고려 사신이 가져온 상추씨앗은 천금을 주어야만 얻을 수 있다고 해서 ‘천만채(天萬菜)’라고 했다”는 기록이 그것이다. ‘천금’을 주고 사들인 종자가 ‘만금’이 되어 돌아간 셈이다.

상추는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갖가지 쌈장은 물론 육류, 생선, 자반에 이르기 까지 어떠한 먹 거리와 도 잘 어울린다. 그 중에서도 삼겹살과는 찰떡궁합을 이룬다. 이 같은 상추의 몸값이 요즘 천정부지로 올랐다고 한다. 특히 100g당 수입·냉동 삼겹살 소매가격보다 높아지는 가격 역전이 일어나 ‘삼겹살에 상추를 싸먹는 게 낫겠다’는 얘기가 나오며 고깃집마다 아우성이라고 한다. 비타민의 보고이며 복을 싸서 먹는다는 우리의 관념이 듬뿍 담긴 상추. 서민의 곁으로 하루빨리 돌아오기를 기대한다.

/정준성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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