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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1년… 늘어난 책만큼 이웃 정도 두터워졌어요”

사업 현장을 가다
18.안산 마을숲 작은도서관

 

 

안산 와동 주민 소통공간으로 자리매김

지난해 경기도 지원금 받은 데 이어
회원 기부 통해 인테리어 작업도 마쳐

자수·토론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 인기
1년만에 주민 적극 참여로 안정화 찾아


안산 단원구 와동 ‘마을숲 작은도서관’은 주민들의 공동체 의식을 높이는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와동 682-7번지 소재 ‘마을숲 작은도서관’이 개관 1주년을 맞았다. 그간 이곳을 이용한 주민은 2천여 명에 달한다. 주민들의 자발적 기증으로 도서관 보유도서는 3천 권을 넘는다.

이같은 외형적 확장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마을숲 작은도서관’이 1년 간 이뤄낸 가장 큰 성과가 있다. 바로 주민들 스스로 돈독한 정(情)을 나누며 공동체의 표본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108㎡ 규모의 ‘마을숲 작은도서관’은 단순히 책만 읽고 빌려가는 곳이 아니다. 팽배한 개인주의를 타파하고 주민간 연결고리가 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소통 공간, 대중활동의 거점이 됐기 때문이다.

 


‘마을숲 작은도서관’이 문을 연 계기는 와동 일원 대다수 주민들이 반월시화공단에서 일하는 근로자인 점과 연계된다.

상당수 근로자들이 맞벌이로 일터에 나가다 보니 아이들을 방과 후 학원이 아닌 다른 곳에 맡기기 어려운 상황이 빚어졌다. 사교육비 부담도 무시할 수 없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뜻이 맞는 주민들이 모여 2014년 7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인성교육과 각종 체험활동을 교육하는 ‘꿈꾸는 숲 학원’을 개원했다.

당시 ‘꿈꾸는 숲 학원’이 교과목 외에 인문학 강좌 등 특별 교육을 실시한 것과 관련, 교육당국은 불법으로 간주해 시정 명령을 전달했고 결국 학원은 폐쇄됐다.

최선희 ‘마을숲 도서관’ 관장을 비롯 주민들은 합법적으로 아이들의 방과 후 교육을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 결과 도서관 운영에 초점을 맞췄다. 이렇게 ‘마을숲 도서관’은 탄생했다. ‘꿈꾸는 숲 학원’이 운영될 때 쓰이던 휴게실 공간이 지금의 ‘마을숲 작은도서관’이다.

 

최 관장은 “‘마을숲 도서관’은 지난해 10월 경기도 따복사랑방 조성사업에 공모해 지원금을 후원 받은 데 이어 회원들 기부를 통해 내부 인테리어 등의 작업을 마쳤다”며 “금액에 상관 없이 매달 정기후원을 하고 있는 주민만 120명에 달할 만큼 와동 주민들의 ‘마을숲 도서관’ 사랑은 특별하다”고 말했다.

올해 5월부터 매주 화~금요일 열리고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은 ‘마을숲 도서관’의 또 다른 자랑이다.

화요일은 ‘하하호호 꽃 자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지난 5월 개강한 자수 프로그램은 기본자수, 입체·협동자수 과정을 거쳐 오는 10월 작품전시회를 열 계획이다. 수요일은 ‘엄마의 그림책’ 프로그램이 열려 이론과 창작수업이 이뤄진다. 목요일은 독서동아리 회원들이 모여 시사 토론과 육아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를 갖고 있다. 금요일은 보드게임 활동가 양성과정이 진행된다.

‘마을숲 도서관’ 관계자는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기 위해 보드게임을 배우러 오는 부모들도 있다”며 “도서관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직접 참여하면서 부모와 자녀 간은 물론, 주민들 사이에 교감의 장이 마련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을숲 도서관’이 지난 1년간 진행한 프로그램은 주제별 아동·청소년, 노동교육, 그림책, 취미, 세월호 관련 활동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특히 도서관이 문을 닫는 평일 오후 6시 이후 와동 주민들은 마을 현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도서관을 공간나눔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최 관장은 “도서관이 문을 연 지 1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주민들 중심의 운영이 이뤄지면서 빠르게 안정을 찾았다”며 “마을공동체를 만들어가는데 ‘마을숲 도서관’이 주춧돌이 된 것 같다.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우리 마을’이라는 자부심과 더불어 동네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박국원기자 pkw09@


 


“도서관으로 교육·문화·소통 실현 최선”

최선희 마을숲 작은도서관장


“마을공동체를 견고히 다지는데 도서관만한 것이 없죠.”

안산 와동 ‘마을숲 작은도서관’ 대표를 맡고 있는 최선희(45·여) 관장은 도서관 개관 배경을 설명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다른 마을공동체 단체들은 발족되기까지 주민들 간 이해관계가 설키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지만 도서관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최 관장은 “도서관의 기본 기능은 책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별다른 목적을 갖고 찾아오는 곳이 아니다”면서 “접근 장벽이 낮다는 장점 때문에 주민들은 색안경을 쓰지 않고 도서관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이 하나 둘 모이면서 도서관에 대한 얘기가 퍼졌고, 단순히 도서 대여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고 덧붙였다.

도서관에 모이는 주민들이 늘면서 자연스러운 관계가 형성됐고, 그 관계는 마을공동체의 근간으로 유지되고 있다. 남녀노소 구분 없는 도서관 이용은 와동 주민들의 끈끈한 공동체의식을 강화하는 자양분이 됐다.

‘마을숲 작은도서관’의 순기능 외에 최 관장은 도서관이 수익모델 없이 비영리 목적으로 운영되다 보니 각종 프로그램을 지속하기 위해 후원금에 기댈 수밖에 없는 구조를 토로했다.

운영비 확보를 위해서는 주민들의 후원금뿐 아니라 행정기관 등이 주최·주관하는 공모사업에 지원해야 하는 실정이다.

 


최 관장은 “순수한 뜻으로 마을공동체를 꾸려가고 있지만 공모를 진행하는 공기관은 우리 같은 단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것 같아 아쉽다”며 “다시 말해 공모사업에 지원할 때마다 해당 기관들은 ‘지원금을 줄테니 대신 올바르게 쓸 방법을 입증하라’고 강요한다”고 밝혔다.

또 “공모사업별 복잡하고 까다로운 행정절차 때문에 의욕이 꺾일 때가 많다”며 “그럼에도 한 마음 한 뜻으로 공동체의식을 위해 모인 주민들이 힘을 북돋아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도서관 개관 1년에 맞춰 경기도의 평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최 관장은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만 그동안 진행한 프로그램들에 쏟은 열정과 노력을 돌이켜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고 전했다.

최 관장은 “마을공동체 성과를 1년 만에 평가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 적어도 3~5년은 지켜봐야 한다”며 “도서관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고 함께 호흡을 맞출 ‘공동체 활동가’가 나왔으면 한다. 마을숲 작은도서관의 교육, 문화, 소통의 가치를 실현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국원기자 pkw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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