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애상2
/김영미
그대 떠난 발자국 위로
삼십 년을 묵힌 눈이 내린다
무거운 것들의 중심은
움푹 패인 상처의
흔적을 메워 주는 일
가난한 땅 위에 마음을 심는 일
- 시집 ‘물들다’ 중에서
삼십 년 넘은 그리움을 삼십 년 묵은 눈이 따뜻하게 덮어주고 있다. 사람이 사는 일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가슴 한켠에 마치 꿈같은 그리움 하나 가지고 살 수 있다면 그것도 소중한 일이 아닐까 싶다. 그리움이 없는 가슴에 담을 수 있는 또 다른 것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라도 비밀스러운 그리움 하나 가슴 속에 묻어둔다면 인생은 그만큼 깊어질 것이다. 폭설이 내린 산하는 깊이 패인 상처 모두 메워져 바라볼수록 따뜻하다.
/장종권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