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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구의 世上萬事]공직(公職)과 운(運)

 

지난 8일 단행된 대장 인사도 기수를 넘은 파격이었다. 지난 5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대전고검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 새 정부 파격 인사를 예고했다. 최근에는 김명수 춘천지방법원장을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양승태 대법원장과 사법시험 기수가 13회 나 차이가 난다. 기수와 서열이 중시되는 군과 법조계가 당연히 술렁거렸다. 특히 대장 보직인 1군 사령관과 2작전 사령관에는 3사 출신 박종진(17기), ROTC 출신 박한기(서울시립대 21기) 대장 등 비육사 출신을 처음으로 두 명이나 기용했다. 3사는 박성규(10기) 1군 사령관 이후 6년 만에, 그리고 ROTC는 이철휘(명지대 13기) 2작전 사령관 이후 8년 만의 대장이다. 군사령관 3명을 6년간 싹쓸이한 육사 출신 독식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게다가 육군이 대부분이었던 합참의장 자리도 정경두 공군 대장에게 내 주었다. 23년 만의 공군 출신 합참의장이다. 2개 기수를 뛰어넘는 ‘기수 파괴’도 있었다. 이번에 육군참모총장에 승진 발탁된 김용우 대장은 육사 39기다. 그동안의 관례를 볼 때 전임 총장이 36기임을 고려하면 37기 대장 중 한 명이 할 차례였다. 하지만 39기가 발탁되는 바람에 3명의 37기 대장 모두 옷을 벗었다. 37기 박찬주 대장의 공관병 갑질 여파가 컸다. 사실 이번에 전역한 37기 김영식 박찬주 엄기학 대장도 별 넷을 달 때 이재수 신원식 전인범 등 다른 동기들이 거론됐었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지만 동기생 박지만 씨와 가깝다는 이유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들을 배제했다는 설이 나돌았다. 운(運)이 닿지 않은 것이다.

새 정부의 파격 인사라는 시대적 분위기에서 37기는 물론 38기까지도 총장을 배출하지 못한 채 모두 예편했다. 더욱이 김운용 3군 사령관과 김병주 연합사 부사령관은 예상을 깨고 40기의 첫 대장이 됐다. 그것도 박한기 2작전 사령관과 함께 중장 2차 보직을 거쳐야 하는 통상적인 관례를 깨고 군단장에서 곧바로 별 넷을 달았다. 이들에게는 시대의 운(運)을 타고 났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그렇다고 이들이 결코 운수만으로 대장이 됐다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타고난 운(運)이 닿기까지는 실력도 갖춰야 하기에 그렇다. 하지만 서열과 기수 파괴를 바꿔 말하면 결국 당사자들에게는 운(運)이 따랐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여담 같지만 이번 대장 인사를 보면서 두 명의 고교 후배들이 새삼 생각났다. 인생사가 기회를 잘 타야 한다는 것이 어디 군뿐이겠는가만 놓친 고기가 크다고 했던가. 지난 얘기지만 이번에 대장 진급을 한 사람들과 같은 반열에 있었으나 운이 따르지 않았던 후배들에게 다소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지금은 전역했지만 고교 후배 N준장(3사 17기)은 0군 사령부 인사처장으로 있을 때 이번에 1군사령관으로 임명된 동기생 박종진 대장과 소장 진급을 경쟁했다. 후배 N준장은 생도시절부터 군생활 기간 동안 동기와 선후배들로부터 인정받은 사람이다. 때문에 확실한 사단장 진급 후보자라는 주위의 평이었지만 박 준장에게 아쉽게도 밀렸다. 작전 병과 출신의 우대 분위기가 떠오른 때여서다. 또다른 후배 L소장은 이번에 진급한 김운용, 김병주 대장과 육사 40기 동기다. L후배는 작전 병과로 준장 소장 모두 1차 진급을 할 정도의 자타가 공인하는 선두 주자였다. 그러나 전방의 사단장 재임 시절 사병 한 명이 군기사고로 안타깝게 사망한 사건이 발생해 그의 계급은 별 두 개에서 멈춰 서고 말았다. 당시 상황이 바뀌었거나, 사고가 없었다면 고교 후배 두 명이 동시에 별 넷을 달았을 수도 있었다는 괜한 넋두리를 해본다.

세상에 이런 경우는 허다하다. 공직도 부하 직원을 잘 만나고 상사까지 도와주는 운(運)이 따른다면 승승장구할 수 있다. 물론 운(運)도 실력의 일부라고 한다. 그러나 아직도 군에서는 지장(智將) 덕장(德將) 용장(勇將) 모두가 덤벼도 이길 수 없는 장수가 바로 운이 따르는 ‘운장(運將)‘이라는 얘기가 회자(膾炙)됨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준다. 다음 달 초에 있을 중장 이하 인사가 또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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