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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론]적폐청산과 국정감사

 

국정감사는 매년 통과의례 식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국정감사는 입법부가 현재의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원 내각제를 실시하는 국가들에서는 이런 국정감사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의원내각제라는 것은 입법부와 행정부의 ‘융합’이 그 근간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융합이라고 하는 이유는 총선에 의해 결정된 의회의 다수당이 연정을 통해서든지, 아니면 단독으로 행정부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한다는 논리 자체가 성립하기 힘들다. 물론 의원내각제 국가에서도 현안이 발생하면 의회 차원에서 국정조사를 실시한다. 하지만 이는 현안이 발생했을 때 하는 것이지, 우리처럼 정례적으로 국정감사를 실시하는 것과는 다르다.

이렇듯 대통령제 하에서 정례적인 국정감사가 존재하는 것은 의원내각제와는 다르게 3권 분립에 근거한 제도가 바로 대통령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3권 분립이 근간이기 때문에 ‘견제와 균형’이 대통령제에서는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자리매김 될 수 있는 것이다. 바로 그 견제를 하기 위한 수단이 바로 국정감사인 것이다. 물론 미국의 경우는 대통령제를 실시하긴 하지만 연방제여서 국정감사 대신 국정조사를 실시한다. 하지만 우리는 전형적인 권력집중형 대통령제이기 때문에 매년 국정감사를 실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정감사가 시작될 무렵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바로 국정감사 무용론이다. 내용은 없고 고함과 호통이 난무하며, 증인들을 무차별적으로 부르고 자료요청도 남발하고 있으니 차라리 국정감사를 없애는 것이 낫다는 논리다. 물론 이런 볼썽사나운 모습이 국정감사에 자주 등장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입법부의 견제 수단을 없애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문제가 있으면 어떻게든 해결하려고 해야지, 아예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국정감사는 또 다른 특징이 있다. 바로 여당은 ‘적폐청산 국감’을 야당은 ‘무능심판 국감’을 각각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능정권 심판이라는 야당의 주장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매년 국정감사 때면 으레 나오는 야당의 단골 메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당이 들고 나온 ‘적폐청산 국감’은 아주 색다른 차원의 주장이다.

지금 국정원을 비롯한 정부 각 부처가 적폐청산에 열을 올리고 있음은 주자의 사실이다. 그리고 이 결과를 가지고 검찰은 수사를 벌이고 있다. 그래서 이런 ‘적폐’들은 단순한 ‘누적된 폐단’이 아니라 ‘범죄행위’라고 할 수 있다. 즉, 정확히 표현하자면 이는 적폐청산이 아니라 ‘과거 정권에 의해 자행된 범죄 의혹’에 대한 수사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런 점을 고려하면, 지금 여당이 주장하고 있는 ‘적폐 청산 국감’은 두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우선 첫 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문제점은 적폐라는 것이 과거 정권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입법부가 현재 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인 국정감사의 주제는 될 수 없다는 데 있다. 간단히 말하면 국정감사란 현재 권력에 대한 입법부의 감시 수단인데, 적폐는 과거 정권에 관련한 문제여서 국정감사의 목적과는 부합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두 번째로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앞서 언급했듯이, 적폐는 과거 정권에 의해 저질러진 ‘범죄’일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청산은 사정당국이 해야 할 일이지, 입법부가 나서서 할 일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종합적으로 보자면 지금 여당의 국감전략은 잘못된 전력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여당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기 때문에 여당의 역할에 충실한 모습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지금 여당은 ‘과거 여당들’의 잘못을 국감에서 지적하고 발굴, 폭로함으로써 지금의 행정부에 대한 야당의 공격을 방어하려 한다는 것인데, 이런 측면은 이해할 수는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지, 이들 여당의 행태가 옳다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여당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새 정부가 들어선 만큼, 적폐청산은 사정기관에게 맡기고, 입법부 본래의 기능을 되살리는 방향으로 여당의 역할을 다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제도의 본래적 취지를 살리는 것 역시 중요한 적폐청산이라는 것도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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