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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n쉼]관광의 또 다른 침략, 투어리스티피케이션

 

관광산업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전 세계 소비의 약 11%가 관광산업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어엿한 세계경제의 한축이다. 세계관광기구(UNWTO)에 의하면, 1950년 약 2천500만 명에 불과했던 국제관광객은 2013년에는 약 10억명, 2030년에는 18억명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세시대 귀족계급과 승려 등의 신앙심을 위한 특수목적인 순례(pilgrimage)로 시작했던 관광은 산업혁명 후 귀족과 부유한 평민의 지식욕을 충족시키기 위한 단체여행으로 개념이 바뀌면서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여행 중개업이 등장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후반에 이르러 특정계층이 아닌 전 국민이 여행할 수 있도록 정부의 국제관광 제도개혁이 있었으며 관광의 초기형태인 대량관광(mass tourism), 대표적인 패키지관광이 등장하게 되었다. 대량관광은 관광시장의 성장과 확대를 불러왔으나 이에 반하는 어두운 그림자, 관광의 부정적인 폐단이 함께 나타났다.

관광은 비영리를 목적으로 거주지를 떠나 다른 지역을 방문하고 되돌아오는 행위다. 관광객은 이러한 과정에서 다른 지역을 방문해 먹고, 자고, 구매하는 경제적 활동과 지역 원주민과 소통하면서 지역문화를 체험하고 이해하는 사회문화적 활동(비경제적 활동)을 하게 된다. 관광의 경제적, 사회문화적 활동 내에서도 긍정적 또는 부정적 효과가 있지만 긍정적 효과는 경제적 활동으로, 부정적 효과는 사회문화적 활동으로 인식하는 것이 대체적인 접근이다. 그동안 전통문화의 붕괴와 상실, 주민의 비인간화, 자연환경 파괴 등 관광의 사회문화적 활동에 대한 부정적인 지적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관광의 긍정적인 분야인 경제적 측면에서도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과잉관광(over tourism)에 따른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이다.

2012년 트위터(twitter)에서 유럽 유명관광도시의 과잉 관광객 유치에 대한 비판으로 처음 등장한 오버 투어리즘은 관광객이 도시를 점령하고 주민의 삶을 침범하는 현상이다. 2000년대부터 유럽의 일부 도시는 관광객에 대한 반대시위가 확산되고 있다. 물의 도시인 이탈리아 베네치아,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에서 관광객 거부운동이 있었다. 특히, 면적이 적은 섬 지역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세계 각국의 다이버들이 찾는 태국의 휴양 섬 코타차이(Koh Tachai)는 무기한 관광객 거부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오버 투어리즘은 또 다른 관광의 어두운 그림자를 초래한다. 많은 관광객은 원주민의 주거 생활권을 침해할 뿐만 아니라 소수의 자본가들에 의해 상업적 관광지로 변모하고, 이로 인한 높은 임대료로 지역주민이 이주하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으로 발전하게 된다.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은 관광지가 되어간다는 ‘touristify(투어리스티파이)’와 지역 상업화로 주민들이 밀려난다는 ‘gentrification(젠트리피케이션)’의 합성어다.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의 영향으로 이탈리아 베니스는 30만명에 달했던 인구가 4만8천명까지 감소하기도 했다.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코앞에 닥치고 있다. 대표적인 지역은 서울 종로구의 북촌 한옥마을, 이화동 벽화마을, 세종마을이다. 벽화마을로 유명한 서울 종로구 이화마을은 주민들이 나서서 벽화를 지웠다. 아름다움보다는 주민의 정주권과 생존권을 우선시하는 반증이다. 정주권과 생존권을 위한 그들의 최소한의 노력은 거주지를 떠나는 것이다. 종로구를 보더라도 올해를 기준으로 2012년도에 비해 13.5%의 인구가 감소했고, 세대 수는 해마다 약 100가구씩 줄어들고 있다고 발표되었다. 계획 없는 관광객 유치는 지양해야 한다. 지역주민의 삶과 사회적 수용력(social capacity)을 고려한 관광객 유치 목표설정과 여행국가의 경제, 환경, 문화 등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관광객의 책임관광(responsible tourism)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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