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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작은 축제 ‘김장’

 

오늘 김장을 했다. 뭐라 부르는지는 모르지만 김치 속이라 할 것 같다. 김장을 하면 김치 속 버무리는 것과 절인 배추 나르는 것은 나의 일이다. 김장 일 중에 그게 제일 힘들다면서 김치 속 버무리는 것을 해주면 좋겠다고 해서 몇 년 전부터는 내가 담당이다.

과연 해보니 비지땀을 흘려야 하는 중노동이 맞다. 우리는 김장이 많다. 큰아들 작은아들 그리고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여동생네도 해준다. 즐거이 기쁜 마음으로 해주는 아내가 고맙다. 이제는 나이도 있고 하니 그만 하겠다고 이야기할 만도 한데 그런 것도 즐거움이고 가족 간에 행복이라니 더 이상 할 말이 없이 고마울 뿐이다.

작년에는 정말 엄청 많은 김장을 담갔다. 배추 농사도 많이 지었고 고추 농사도 좋았다. 그래서 주변에 사정상 김장을 못 담그는 집도 몇 집 담가주었다. 그러나 그런 것을 보시는 아버님은 마음이 불편하신 거 같았다. 연실 하시는 말씀이 그렇게 고생해서 왜 남을 다 주냐 내년부터는 조금만 하라고 말씀을 하셨다.

올해는 8월 초에 장마로 인해서 김장 배추를 모종할 시기를 놓쳤다. 한편 아버님의 성화도 있고 해서 정말 집 앞 채마밭에만 배추 무를 심었다. 어머니와 당신의 며느리 고생하는 것이 못마땅하신 아버지의 마음을 알기에 아버님의 말씀대로 조금만 심었다. 그래도 다른 집 김장 몇 배는 되겠지만 올해는 김치 속을 버무리는데 작년 반밖에 되지를 않는다.

아버님의 못마땅하신 말씀은 올해도 이어진다. 아니 애들한테 연락을 해서 오라고 해서 같이하지 왜 안 부르냐고 성화를 하신다. 역시 어머니나 당신의 며느리 고생이 염려되어서 하시는 말씀에 손자와 손자며느리 거기에 증손자까지 보고 싶어서 더 그러시는 것을 잘 알면서도 집사람이 한 말씀을 올린다. 아이들이 와야 더 복잡하고 애들 시중에 오히려 더 더디고 힘들어요, 하는 당신의 며느리 말이 못마땅하신지 못 들은 척 티브이만 보신다.

역시 김장은 배추 고갱이에 김치 속을 해서 푹 삶은 돼지고기를 먹는 멋과 맛이 최고다. 점심은 김장 대표 메뉴로 먹었다 힘든 일을 하고 먹어서 그런지 정말 김치 속이 맛있어 그런지 꿀맛이란 말이 이럴 때 어울리는 것 같다. 맛있게 드시는 부모님을 보면 흐뭇하기도 하고 어머니가 못내 안쓰럽기도 하다. 어머니는 이가 다 망가져서 이가 별로 없으시다. 틀니를 해드려도 사용을 안 하시고 인플란트 이야기만 하면 손사래를 치신다. 그러나 자식에 입장에서 보면 늘 안쓰럽고 죄송할 뿐이다.

올해도 김장을 하였으니 겨울준비는 거의 끝난 거 같다. 옛날 어린 시절 생각을 해보면 김장철은 동네 축제 같았다. 지금은 그런 모습은 사라졌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우리 집은 아직도 김장이 걱정거리가 아니라 우리 집안의 작은 축제 같은 분위기다. 내년부터는 아버님의 말씀대로 애들을 불러서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이렇게 즐겁고 행복한 일을 며느리가 둘이나 되는데 늙은 시어머니 시할머니만의 전유물로 하기에는 너무나 아깝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열심히 배추 속을 넣는 아내에게 한마디 해본다. 여보 내년에는 며느리들 오라고 해서 같이하면 어때 하니 아내의 말이 걸작이다.

아버님이 화내실걸 하기에 왜 하니 며느리보다 아들들이 김장하겠다고 장갑 끼고 덤빌걸 한다. 하긴 그것도 그러네. 지난 추석 명절에 보니 장가들기 전 손 하나 까딱 안하던 놈들이 장가가더니 많이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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