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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정책선거, 주인으로 살아가는 첫 걸음

 

운 좋게 파리에 체류할 기회가 있었다. 파리라고 하면 대부분 에펠탑, 샹젤리제 거리, 센 강 같은 아름답고 낭만적인 모습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그곳에 살아보기 전까지는 나 또한 예외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파리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파업’이라는 단어다. 당시는 연금 개혁을 둘러싸고 각종 파업과 시위가 끊이지 않았던 때였고, 프랑스 전체를 마비시킨 파업의 영향은 나에게 고스란히 돌아왔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의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고, 관공서 업무를 제때 처리하지 못하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파업’이라는 것은 일상을 불편하게 하는 성가신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파업’은 나에게는 불편한 것에 불과했지만, 그들에게는 정부에 대한 불만의 표현이자 표출이었던 것이다.

민주주의란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 되는 통치제제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대의민주주의제 하에서 국민은 실제로 국가의 주인이 되어 모든 권한을 직접 행사하기는 어렵다. 선거라는 행위를 통해 대표자에게 그 권한을 위임하기 때문이다. 책임감 있게 부여받은 권한을 수행하는 대표자가 있는 반면, 일부는 유권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선거철에만 책임감있게 행동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우리가 이 나라의 주인임을 몸소 실감하며 지낼 수 있는 것일까. 국민이 주권을 실현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이고 손쉬운 방법은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선거에 참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문제는 선거에 ‘어떻게’ 참여하느냐이다. 흔히 인물이 아니라 정책을 보고 투표하는 것이 제대로 된 참여라고 한다. 선거가 끝나기 전까지는 그렇다. 문제는 선거가 끝난 후다. 선거가 끝난 후에도 우리는 그들의 정책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그리고 표현해야 한다. 잘된 것에는 칭찬을 그렇지 않은 것에는 불만을 표시해야 한다. 유권자들은 대표자들에게 항시적인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다. 이런 자세가 바로 선거에 대한 이해타산을 벗어나 대표자가 유권자에게 항상 귀 기울이게 하는 첫걸음이자 진정한 정책선거를 실현하는 길이다.

물론 정책선거는 비단 유권자 일방의 노력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선출된 정치인 스스로가 자신이 내세운 정책을 실현하는 데에도 소홀해서는 안될 것이다. 다만 이에 소홀히 하는 자가 있다면 우리는 이를 지적하고 표현하는데 서슴지 말아야 한다. 일찍이 독일의 법학자인 루돌프 폰 예링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고 이야기 한 바 있다. 국민은 선출한 정부가 민의를 반영하지 못했을 때, 즉 공약한 정책을 이행에 옮기지 않을 때 적극 반응해야 한다. 그것이 대의민주주의 하에서 국민이 주인임을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

지난 11일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가 내년 6월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치기로 합의했다. 수많은 공약의 홍수 속에 우리 손에는 개헌이라는 중대한 결정권까지 쥐여져 있는 것이다. 이렇듯 내년 6월에는 다른 어떤 선거에서보다 더 꼼꼼히 정책과 안건의 내용을 살펴보고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선거가 끝난 후에도 정부의 정책과 공약에 대한 의사표현은 계속 되어야 한다. 단순히 정책을 보고 투표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정책선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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